공장 안에서 작업자 몇 명이 쇠를 깎고, 나머지는 돋보기로 부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간 사이 깊게 패인 주름으로 보아 오랜 경력을 보유한 장인임을 알 수 있다.

드넓은 공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는 10명도 안 돼 보인다. 다소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주변 최첨단 기계들은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사람과 공장 배경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후지제록스 에비나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후의 정경이다. 이곳은 최적의 생산 시스템 및 품질 관리 방법을 찾아 세계 곳곳에 산재한 후지제록스 공장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모노쯔쿠리(장인정신)` 가치를 세계로 전파하는 전진기지인 셈이다. 에비나센터가 후지제록스의 `마더 공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에비나센터에서 만난 기요시 다나카 부품소재개발부 차장은 “10년 전 에비나센터는 후지제록스 주요 생산 거점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시생산 및 연구개발(R&D)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제록스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억엔(약 1320억원)을 투자해 에비나센터가 R&D부터 시생산·양산·검증까지 모든 공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에비나센터 는 16만㎡ 규모 부지에 약 3000명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동안 에비나센터는 후지제록스 혁신을 주도해왔다. 10년 전부터 부품·소재를 자체 생산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복합기 생산 리드타임도 90일에서 30일로 줄였다. 최근 에비나센터는 전력 소모와 소음이 적은 복합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마사아키 하기와라 관리부장은 “장인이 가공한 작은 나사 하나가 전력 효율이 높고, 소음이 적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진다”며 “이 작은 차이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모노쯔쿠리와 더불어 에비나센터가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IT융합이다.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답게 후지제록스는 IT를 사무실뿐 아니라 생산현장에서도 적극 활용한다.
에비나센터는 최근 3차원 가상 현실로 생산 현장을 구현해 작업자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생산 라인을 시뮬레이션으로 가동해 작업자가 가장 편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조달·물류·품질관리까지 설계할 수 있다.
세이다 이사무 생산플랫폼기술 부장은 “후지제록스뿐 아니라 도요타·앱손 등 일본 기업도 최근 3D 가상현실 기술로 작업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비나센터에서 분석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글로벌 생산공장과 공유한다”고 말했다.
에비나(일본)=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