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폴리실리콘 업계 경영난 가중

국내 폴리실리콘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실적 부진과 장기공급계약 파기, 반덤핑 조사 등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태양광 시장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폴리실리콘 업계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실리콘의 유상증자 시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실리콘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2대주주인 에쓰오일(33.6%)을 통한 유증이 어려워졌다. 에쓰오일은 지난 23일 한국실리콘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묻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유증 참여를 검토했으나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오성엘에스티(34.1%) 또한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유증 참여 우려로 홍역을 치렀지만 이날 `현 상황에서 한국실리콘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실리콘은 유상증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실리콘 관계자는 “에쓰오일 불참에 대비해 유증 자금의 60∼70%를 금융권에서 조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실리콘은 폴리실리콘 생산규모 1만5000톤의 세계 5∼6위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OCI에 이은 2위 업체로 한국실리콘의 경영난은 폴리실리콘 업계 경영난을 방증하고 있다.

백영찬 현대증대 연구원은 “태양광산업 가운데 공급과잉이 가장 심한 폴리실리콘업계 정리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만톤 규모 이상의 기업이 경영난을 겪는다는 사실에 시장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CC도 계속된 계약해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KCC는 최근 세미머티리얼즈와 938억원 규모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해지됐다. 세미머티리얼즈가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하면서 계약 이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CC는 이에 앞서 글로실, 엔리에너지 등과의 공급계약도 해지된 바 있다.

OCI는 최근 중국 반덤핑 조사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한국·미국·유럽연합(EU)산 폴리실리콘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들어왔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은 OCI를 비롯해 미국 헴록, 독일 바커, 노르웨이 리뉴어블에너지 등 세계 유수 폴리실리콘 업체다.

정호철 SNE리서치 이사는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폴리실리콘 재고가 많아 시세의 절반가격인 ㎏당 7달러에 판매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어 원가를 ㎏당 20달러 이하로 낮추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업계가 세계 수위권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불황과 덤핑판정 등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호·유선일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