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사업 예산 증발? 3분의 1로 싹둑

내년 국내 전기자동차 및 충전인프라 사업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산업을 키우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구두선에 그쳤다.

27일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환경부 3개 정부부처 따르면 내년 공공기관 대상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예산이 올해 3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었고 민간분야 충전인프라 예산은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보급사업 실적 저조로 환경부 보급사업 예산을 올해 800억원에서 279억원으로 지경부 민간부문 보급 예산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구입 지원 범위도 민간부문에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일반 기업이나 개인은 전기차 구매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조차도 한정된 예산으로 차량을 구매해야 한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의 이 같은 결정은 올해 보급 사업이 당초 계획에 못 미쳤다는 게 이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2년도 보급 계획이 예상과 달리 절반 수준도 안 돼 예산을 대폭 축소해 국회 심의 예산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전기차 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그린카 4대 강국 로드맵 역시 혼선이 예상된다. 정부는 2020년 `전기차 세계 4대강국`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 전기차를 주축으로 하는 그린카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기차 보급을 통한 산업 육성을 통해 2020년 국내 승용차 시장의 20%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세계 시장의 10% 점유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세계 4대 전기차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예산 축소로 지경부와 환경부는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예산은 줄었지만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환경부는 800억원에 예산을 투입해 2500대(충전기 포함)를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보급 대수는 500대 미만에 그쳤고 지경부 민간 인프라 보급 예산은 국회 상정조차도 못했다. 전기차 및 충전기를 준비해 온 기업들의 사업전략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가 국가차원에서 국내외 경쟁력에 큰 보탬이 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련 지원책에 소홀히 하고 있다”며 “전기차는 정부 지원으로 산업화가 가능한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