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계피크 절전 규제를 기업들이 편법으로 이용하려는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는 정부가 다음 달부터 실시하는 절전 규제 대응 방법으로 기업들이 규제기간에 해야 할 조업량을 12월이나 내년 3월로 이전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다음달 7일부터 7주간 계약전력 3000㎾ 이상의 6000호 고객에 대해 3~10%까지의 절전 규제를 시행한다. 문제는 해당 규제 고객의 절전량을 측정하는 기준점이 이달에 사용하는 전력량이라는 점이다. 전력업계는 기업들이 규제기간 절전량의 착시효과를 위해 이달부터 조업량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사용량을 평시보다 높여 정작 규제기간 동안은 평시처럼 전력을 사용해도 절전을 한 것처럼 꾸미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과 2월 전력사용량 절감을 위해 취한 조치가 이달 전력피크를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산업계는 다음 달 절전 규제에 대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 절전 규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수출동향점검회의에서 산업계별 대표는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동절기 절전 규제를 꼽았다.
업계관계자는 “1월과 2월 전력사용량을 줄이려면 조업을 줄여야 하고 줄인 조업량은 다른 날로 옮길 수밖에 없다”며 “굳이 고의성이 아니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규제기간 내 해야 할 조업을 당기거나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업일을 내년 3월로 미루는 것도 위험 요인이 있다. 3월은 추위가 채 물러가지 않았지만 발전소들이 정비일정을 잡는 기간으로 이때 산업계의 조업량이 몰리면 전력이 위험수위에 올 수도 있다. 지난 9·15 정전사태도 다수의 발전소가 정비 중인 상황에서 급격한 전력사용 증가가 그 원인이었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수요관리와 절전규제 정책 점점 영업적 관점으로 접근되면서 단기 대책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실시간 피크요금제와 같이 기업과 사회가 동참할 수밖에 없는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
조정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