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르네상스] 글로벌 공학인재 양성 시급

기술력을 둘러싼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세계 각국은 차별화된 고급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해 국경을 넘어선 인력 확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대규모 소프트웨어 인력 충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공계 르네상스] 글로벌 공학인재 양성 시급

[이공계 르네상스] 글로벌 공학인재 양성 시급

기술혁신 능력 축적이 국가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 우위 창출로 직결되는 기술패권주의 시대다. 이런 상황에 국부의 원천이 되는 기술혁신을 주도할 우수 공학 인력 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 공대 신입생의 기초 학력 수준의 저하, 그리고 최소 전공이수 학점제(전공 최소 이수 학점 35학점, 국내 대학의 평균 전공학점 이수 현황은 총 140학점 중 56학점) 등으로 공학교육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를 배출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학사 중 이공계 비중은 대학(38.7%), 전문대학(34.9%) 모두 OECD 대학(24.0%), 전문대학(20.6%) 평균 보다 월등히 높다. 양적 성장에도 산업체 현장에서 `쓸 만한 인재` 즉 전공역량과 실무능력을 갖춘 양질의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된다.

전경련, 경총, 상공회의소 등의 각종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공계 인력 부문에 있어서는 수학 등 기초학력 부족, 전공학점 이수 부족, 암기식·단답식 획일적 교육으로 인한 창의성 부족, 전공 관련 인력수급 불균형 등으로 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공계 인력 공급과 산업체 수요 간 양적·질적 불일치 현상이 지속되고 고등교육 이수율은 높으나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 숙련된 엔지니어 이용 가능성은 여전히 하위권(고등교육 이수율 4위, 경제사회요구부합도 53위, 숙련된 엔지니어 이용 가능성 41위)에 머무르고 있다. 2008년 11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100인 이상 48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는 신입사원 재교육비에 총 2조349억원, 1인 평균 재교육기간 19.5개월, 6088만원의 교육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 교육의 비효율을 반영하는 현실적인 지표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전문 우수인력의 품질인증인 공학교육인증제도를 통한 공학 교육의 개선 및 질적 제고가 필요한 이유다. 자유무역협정(FTA)의 공식적인 출범으로 전문 인력의 국제적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으로 공과대학 졸업생의 외국 공대 졸업생과의 실질적 등가성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국제 기준에 맞는 공학교육을 통해 수요자(산업체)와 사회의 요구를 수렴해, 기본능력과 실무역량 그리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공학인력 양성을 위한 공학교육인증제의 확산과 성숙화가 필요하다. 공학교육인증제가 기술력의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선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꼽히는 이유다.

현재 국내 각 대학은 이러한 공학교육인증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인증제도에 맞춰 교과과정 개편 및 인증프로그램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인증 대학 수 및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증 신청 대학 및 프로그램의 수도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학교육인증제도의 확산 및 성숙을 위해 일관성, 형평성, 유연성 있는 인증평가와 다각적인 인증 효과 분석, 인증제의 효과에 대한 대외 홍보, 그리고 산업체 회원의 의견 수렴 및 참여 확대를 통한 산업체의 호응도 증진, 이를 통한 인증 프로그램 졸업생에 대한 차별적 혜택의 확대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관계자는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과 공대 졸업생의 품질을 보장하는 공학교육인증사업을 통해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공학 인력을 양성해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인증기구로서의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위상 강화와 인증평가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학교육 인증 확대, 필요성 점점 증가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2개 대학 11개 프로그램 인증평가를 시작했다. 현재 공학인증제도는 4년제 대학의 신규 프로그램 및 중간평가 대학을 포함해 총 85개 대학, 595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 2, 3년제 전문대학에서도 도입·시행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전문대학 공학기술교육인증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2009년 8개 대학 15개 학위과정에 시범인증을 시행했고 2010년에는 10개 대학 30개 학위과정에 인증을 부여했다. 작년에는 2011년에는 4개 대학 10개 학위과정에 대한 평가를 실시 4개 대학 10개 학위과정에 대해 인증을 부여했다.

국내에서의 양적인 팽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학교육 인증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학생들이 이수한 공학교육 프로그램들이 일정 수준 품질 보장된 것인지 판단할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엔지니어학회처럼 공학 교육 인증을 강조하는 기관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공학교육인증을 담당하는 기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인 공학인증 필요성 증가는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공학인재들의 국가 간 이동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시장 국제 표준 및 규격이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학교육 개념도 지식 전달에서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으로 변모했다. 엔지니어로서 필요한 지식과 응용 능력, 투철한 윤리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나라별로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 성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공학인증을 교육의 질 향상 또는 유지 수단으로 본다. 반면 캐나다는 엔지니어의 직업의식 및 윤리 등 예비 기술사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고 엔지니어의 권익보호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국 공학인증 기관들은 인증 받은 사람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공학적 과제를 훌륭히 완수할 능력을 지녔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긴밀히 협동하고 있다. 공학교육 인증 관련 대표적 다자간 국제협의체로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를 꼽을 수 있다. 워싱턴 어코드는 1989년 영국과 미국,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6개국이 참가해 공학계열 학사학위 상호 인정 협정 체결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2007년 정회원으로 가입했으며 현재는 14개국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 어코드를 통해 회원국들은 각 기관에서 인증 받은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동등성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학인증을 받은 학생은 워싱턴 어코드 회원국 어디서나 역량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컴퓨터 및 IT가 공학교육 주류로 부상하면서 해당 교육 국제 상호인정 협의체도 탄생했다. 우리나라 주도로 지난 2008년 12월 서울 어코드(Seoul Accord)가 공식 발족했다. 21세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컴퓨터 및 IT 관련 분야 4년제 대학 졸업생에 대한 국가 간 상호 인정을 위한 것으로 해당 인재에 대한 국제적 기준 마련을 통해 이들의 글로벌 활동을 지원한다. 이 밖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3~4년제 공학전문대학 수준 시드니 어코드, 2년제 전문대학 수준 더블린 어코드 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권역 공학교육 표준을 만들기 위한 아시아인증기구협의체(NABEEA)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 공학인증제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현재 워싱턴 어코드 등 다양한 공학인증 국제협의체에 가입해 있어 전반적인 프로그램 운영은 양호하다. 하지만 공학교육 인증을 통한 글로벌 공학인재 보증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학인증 활성화는 요원하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파악하고 있는 현 인증제의 문제점은 크게 △인증 실효성 미미 △인증 참여 저조 △제대로 된 설계교육 수행의 어려움 등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증 실효성을 일선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다. 공학인증 프로그램 졸업생 대기업 취업률이 비인증 졸업생 취업률보다 높고 기업 현장에서도 인증 프로그램 졸업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인증 활성화를 위해선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더 큰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학생들의 불만 중 하나는 공학교육 인증이 자격증 제도와 연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뉴질랜드, 홍콩, 남아공 등 워싱턴 어코드 회원국들은 자국 내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졸업자에게만 기술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증과 상관없이 기술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현재 공학인증이 기술사 자격 취득 기본 요건으로 지정돼지 않아 학생 유인 효과가 작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학 인증에 참가하는 대학들의 교과과정 운영도 문제다. 인증 참여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인증 참여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본인 선택에 따라 인증과 비인증 프로그램으로 학점을 설계할 수 있다. 반대로 외국 대학은 해당 학과가 공학인증 참여를 결정하면 예외 없이 모든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대학 관계자들은 “공학교육 인증의 자율권을 부여하다 보니 학생들이 아무래도 좀 더 편한 비 인증 과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학계열 졸업생 중 인증프로그램 졸업생 비율은 2008년 3.77%, 2009년 8.32%, 2010년 13.50%에 머물러 있다. 공학인증 주요 과목 중 하나인 설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설계교육은 공학인증이 시작된 2001년 도입돼 아직 그 역사가 짧아 적절한 교육을 위한 인력과 기준이 부족한 상황이다.

[년도별 공학교육인증 졸업생 현황]

※ 연도별 공학기술교육인증 현황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