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0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는 에너지이용 합리화사업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설비 교체 이후 효율개선과 절감효과 등의 검증이 미흡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예산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으로 에너지 절약시설을 도입한 설비와 사업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산업계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시 사업비 일부를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는 이 사업을 시행한다. 매년 약 5000억~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사업과 목표관리업체 투자사업, 에너지절약시설 설치사업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2.75%의 금리다. 고효율설비를 도입하는 산업계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자금 사용 이후 에너지 절약효과와 설비 성능 분석 등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2009년부터 에너지이용 합리화사업 사후관리를 해왔다. 2011년 시행된 에너지이용 합리화사업 970여건 가운데 사후관리에 나선 사업은 190여건(미작동 3건 포함)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설비 설치 여부 확인 정도에 그친다.
에너지절약시설 설치사업을 진행한 한 사업장은 관리자가 바뀌자 정부자금으로 도입한 설비가 가동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효율 측정 등 성과 분석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사업장 사장은 “중소사업장의 대다수가 정부의 저리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비 제조업체의 제안에 의해 설비교체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며 “효율이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때가 많지만 이를 증명하기도 어렵고 장기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그냥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설비교체를 통해 에너지 절약효과를 유도한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새 설비 교체자금을 융자해 주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문제는 사후관리 여건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매년 1000여건의 사업을 주기적으로 관리할 전담조직이나 인력이 거의 없다. 공단은 사후관리를 외부에 위탁했다.
자금 운용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목표관리업체 투자사업 예산이 줄자 일부 사업장은 ESCO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위장해 융자를 받았다. ESCO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수수료만 챙겼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에너지이용 합리화사업이 이뤄지고 나면 설비가 제대로 교체됐는지 현황을 파악하지만 조업시간, 기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정확한 에너지절감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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