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배터리로 ‘태블릿 완충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와이브로 단말기까지 스마트기기 여러 대를 휴대한 소비자의 고민은 바로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최신 LTE 스마트폰은 더하다. 대부분 배터리 용량을 2,100mAh 이상으로 늘렸기 때문. 갤럭시S LTE나 옵티머스G는 2,100mAh를, 베가 R3는 2,600mAh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썼다.

보조 배터리로 ‘태블릿 완충을?’

그러나 아무리 배터리 용량을 늘린다 해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메신저 이용이 많으면 대부분 하루 안에 방전되기 십상이다. 외근이 많거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사람들이라면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장만하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에는 용량이 5,000mAh를 넘어가는 제품을 5~6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어 스마트족의 고민도 한결 덜었다. 9,000mAh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비전텍컴퍼니(visiontek.co.kr) ‘VT9000’ 광고 내용을 검증해봤다.

◇ 대용량에 가려진 ‘함정’ = 광고문구에서는 아이폰4·4S를 5번, 갤럭시S2는 4번, 갤럭시S3는 3번, 아이패드2는 1번 충전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배터리 용량이 9,000mAh가 넘으니 이런 일이 당연히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보조배터리 작동 원리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보조 배터리로 ‘태블릿 완충을?’

보조배터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내보내는 전압은 5V다. 하지만 보조배터리 안에 들어간 리튬이온·리튬폴리머 셀의 전압은 3.7V로 구성된다. 따라서 3.7V를 5V로 바꿔주는 ‘승압회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리튬이온 셀의 용량은 그대로 둔채 전압만 올리기 때문에 VT9000이 내장한 3.7V, 9,000mAh 보조배터리의 실제 용량은 5V로 출력하면 약 6,660mAh로 줄어든다(3.7×9000÷5=6660).

◇ 완전충전횟수 ‘줄어드네?’ = 하지만 승압회로도 리튬이온 셀의 전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엄연히 전력을 소모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열도 발생한다. 매우 이상적인 보조배터리는 실제 용량에서 약 95% 정도를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수치를 이용해 계산하면 결국 3.7V, 9,000mAh 보조배터리의 실제 용량은 5V 6,327mAh 정도로 떨어진다(3.7×9000÷5×0.95=6327).

보조 배터리로 ‘태블릿 완충을?’

이렇게 구한 5V 6,327mAh 용량으로 계산하면 아이폰4·4S를 완전충전할 수 있는 횟수는 4번, 갤럭시S2는 3번, 갤럭시S3는 3번, 갤럭시노트2는 2번이며 아이패드2(6,600mAh)나 4세대 아이패드(11,560mAh)는 아예 완전충전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5,000mAh 이상 대용량 셀을 담은 보조배터리 중 대부분이 이처럼 충전가능 횟수를 허위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자율안전인증 안 받았다? = 문제는 또 있다. VT9000에선 전자제품에 흔히 있기 마련인 안전인증(KC)마크나 자율안전인증 마크, 혹은 이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2012년 11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5,000mAh 이상 보조배터리를 확인한 결과 거의 모든 제품이 안전인증이나 자율인증을 받았다. 어떻게 된걸까.

비전텍컴퍼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품 안에 들어간 배터리 셀이 2가지 있는데 인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굳이 국내에서 인증을 받지 않았다. 일부 인증을 받은 제품이 있는데 마케팅 측면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단위 면적당 배터리가 낼 수 있는 기준인 에너지 밀도가 리터당 400W를 넘지 않아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폭발이나 과열 등 가능성을 안고 있는 만큼 마냥 업체 말만 믿기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인증기관 관게자는 “리튬전지는 폭발이나 과열을 막기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생각하는것처럼 폭발사고 위험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인증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장치인 만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인증은 필요하다. 또 제조물책임보험은 사후 보상에 관련된 내용이지 안전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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