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단, 고장난 수소연료시스템 알고도 묵인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09년 3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전남지사에 설치한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도입 당시부터 하자가 있는 제품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공단 감사실은 이 같은 문제를 보고 받고도 눈감아 국가예산 낭비와 부실감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광주전남지사에 설치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먼지를 뒤집어 쓴채 방치돼 있다. 이 시스템은 매년 4만여명의 외부인들에게 홍보용으로 소개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광주전남지사에 설치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먼지를 뒤집어 쓴채 방치돼 있다. 이 시스템은 매년 4만여명의 외부인들에게 홍보용으로 소개되고 있다.

본지 11월 22일자 23면 참조

4일 지역 에너지산업업계에 따르면 공단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을 위해 지난 2009년 3억원을 들여 GS퓨얼셀의 1㎾ 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 3기를 구매했다. 이 시스템은 광주와 대구에 설치됐으나 도입 초기부터 잦은 고장과 문제가 발생, 전기생산 등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GS퓨얼셀 AS직원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제품수리에 나섰지만 고장이 반복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당시 광주전남지사도 GS퓨얼셀에서 납품받은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본부에 감사를 의뢰했지만 정식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사실상 감사담당관이 현장조사 없이 이를 묵살한 셈이다.

특히 이 시스템의 보증기간은 에너지관련 제품의 절반 수준에 그쳐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통상 에너지 관련제품의 보증기간은 1만~2만 시간인데, 이 시스템의 보증기간은 5000시간(208일)에 불과했다. 대당 1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의 보증기간 치고는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개월에 불과한 보증기간으로 GS퓨얼셀의 보증의무가 종료되면서 부품교체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자 공단은 사실상 손을 놔버렸다.

고장난 시스템이 에너지홍보체험관으로 포장돼 매년 4만여명에 달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공개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아직까지도 펼쳐지고 있다.

사후관리 업체인 GS퓨얼셀은 올해 초 GS칼텍스로 통폐합되면서 사실상 AS기능이 없는 상태고 전화 연락조차 힘든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 시스템은 도입 초기부터 말썽을 부려 소비자단체 고발 등 문제가 많았지만 정작 공단은 이를 외면했다”며 “에너지절약 중추기관의 심장부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소홀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감사실 관계자는 “구매와 계약관련 문제점은 일상감사를 진행한다”며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