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에코디자인(10·끝) 전문가 좌담회

“기업은 제품생산 과정에 친환경요소를 도입하고 소비자는 이에 대한 비용부담과 가치를 인정하는 `그린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획·생산·판매·리사이클 등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주기에 걸쳐 `친환경`이 이슈로 자리잡으며 에코디자인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미국은 다양한 제품에 에코디자인 수행을 강제하는 법률을 발표했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은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은 에코디자인을 제2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며 기업의 브랜드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에코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는 방증이다.

전자신문은 에코디자인 활성화를 위한 과제와 제언을 담아 지난 10월부터 9회에 걸쳐 특별기획을 진행했다. 마지막 순서로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 호텔에서 결산 좌담회를 진행하고 정부·산업계·학계 전문가들로부터 에코디자인 저변확대를 위한 제언을 들었다.

◆참석자 (가나다순)

-김기정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팀장

-김영민 LG전자 환경전략실 차장

-선향 지식경제부 산업환경과 과장

-이동훈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몇 해 전부터 에코디자인은 글로벌 경제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 등 에코디자인이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에코디자인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궁금하다.

◇선향 지식경제부 산업환경과장=`에코디자인`이라는 어휘는 환경과 산업의 접점에서의 제품 디자인을 의미한다. 산업계가 수행하는 제품설계·개발 과정을 환경친화적인 관점에서 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경부가 추진하는 유니소재 육성 사업은 에코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니소재는 기존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 소재 재질을 단순·단일화해 유해물질이 적고 재활용성이 높은 친환경 소재와 제품을 말한다. 또 대기업의 녹색경영사례를 협력사 등 중소기업에 전파하는 그린 파트너십으로 그린동반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사회=세계 각국은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에코디자인 확산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무엇인가.

◇선향 과장=현재 에코디자인에 대한 국민 관심은 초라하다. 인식조사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12%만이 에코디자인 개념을 알고 있었다. 이는 조사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실제 4년 전 TNS 글로벌이 세계 17개국 소비자 1만3128명을 대상으로 벌인 `환경 및 친환경 상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 탄소발자국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12%에 그쳐 최하위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전히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코디자인 정책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담당자에게까지 에코디자인에 관한 기술과 지식을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보여줄 수 없는 국가 전체적인 친환경 이미지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적 파급을 환산하기 어렵지만 도시광산, 재제조산업 육성을 통해 약 46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국민 관심도가 높아지고 기업 참여가 활발한 선순환 구조가 조성된다면 더욱 큰 경제적가치가 파생된다.

◇김기정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환경에너지 팀장=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 양은 연간 약 58만톤으로 2000만대의 전자제품이 해마다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통계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11.48㎏의 전자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 미국의 7.96㎏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 점에서 제품의 에코디자인이 가지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본다.

에코디자인으로 제품 경량화를 이루어 내고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만들어 국가적인 자원순환율을 10%만 높일 경우 플라스틱, 금속 등을 포함해 연간 약 5.8만톤의 원재료 생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에코디자인이 활성화되면 에너지효율개선을 유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비 전력 감소, 원료절감 등의 비용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 가치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사회=에코디자인을 도입해야할 주체인 산업계의 대응이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이동훈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에코디자인은 제품 제조과정에서 유해물질,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고 자원 투입량을 저감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기업은 제품 기획단계부터 회수까지 에코디자인 이행을 위한 책임이 있다.

기업은 에코디자인 관련 해외시장 규제를 모니터링하고 종합적인 개선책을 준비해야 한다. 에너지·환경 관련 기술규제는 2004년 99건에서 2011년 20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통계에서도 환경 규제 강화 추세를 실감할 수 있다. 기업은 제품 수출을 위해 단순히 국제환경규제에 사후 대응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품 수출을 포함해 환경관련 제도와 규제, 그리고 유사 업체의 대응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친환경 제품개발과 국제공인인증 획득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며 시장창출까지 도모하는 선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김영민 LG전자 환경전략실 차장=기업은 세 가지 관점에서 에코디자인 대응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친환경제품을 어떻게 개발할지가 첫 번째다. 다음은 제품에 대한 평가를 거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이다.

중소기업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이것이 대기업 제품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래야만 환경적으로 좋은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녹색동반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이다. 친환경 제품을 만든 이후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구매로 이어져야 에코디자인이 제품의 기본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품질·디자인·사회적 기여를 고려한 제품에 소비자 신뢰가 발생하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브랜드파워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사회=에코디자인 시장은 아직 활성화 단계 전으로 보인다. 정부를 비롯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계에서 바라보는 에코디자인 활성화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이동훈 교수=환경 차원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사회구축이라는 명제는 환경·경제·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환경은 물론이고 소비자, 생산자, 경제가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환경의식이 그리 높지 않지만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뤘듯 환경인식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니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에코디자인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은 자사 제품과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대외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국제표준 선점 시 후속 대응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표준선도로 인한 친환경 이미지 제고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지금도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선점하면 분명 이득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생체계를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개별 기업차원에서 표준화 활동 참여는 쉽지 않다. 기술표준원 등 국제표준을 담당하는 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환경 관련 국제표준화 동향 분석을 해야 한다.

◇김영민 차장=과거에는 해외 구매담당자가 에코디자인만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열심히 친환경활동을 하는지까지 본다. 재활용관련 정보도 많아졌고 기업들도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제품의 설계단계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회=에코디자인 정책에 각 국가별 준비 상황도 궁금하다. 해외의 에코디자인 정책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선향 과장=유럽연합(EU)은 전통적으로 환경문제에 민감한 국가로 EU의 환경정책은 주변국의 환경정책 트렌드를 선도하며 시대별로 각기 다른 환경 요소를 조명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의 사용을 정려했으며 `2020 전략`을 구상했던 2010년에는 온실가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개선을 목적으로 에코디자인 정책을 구체화 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에코디자인 규정(ErP)은 에너지 관련 요구사항 위주로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

EU는 에코디자인 규제 시행 성과를 점검하고 규정 개정을 위한 컨설테이션 포럼 등의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EU JRC(공동 연구센터)에서는 3R, 유해 물질정보 전달 등의 잠재적인 법적 요구사항을 명시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어 머지않아 제품의 에너지 효율과 더불어 자원순환 제고를 위한 규정이 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그린 소통과 소비자 인식변화, 기업의 연구개발 등 에코디자인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특히 국제표준 선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에코디자인 활성화를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기정 팀장=내부적으로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 에코디자인 보급, 확대를 주관하는 에코디자인센터가 있다. 제품 개발부터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벤치마킹 소스를 주는 디지털 라이브러리 구축, 해외 규제 대응, 인벤토리 구축 등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 인력 양성과 더불어 대기업의 에코디자인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이전할 수 있는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도 이를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에코디자인센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민 차장=기업 입장에서는 인력확충이 시급하다고 본다. 국내에 4개의 에코디자인 특성화 대학이 있지만 제조업 특성상 에코디자인은 특정 인력의 이해로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 전공자 모두가 기본적으로 에코디자인을 개념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제조분야에 뛰어들어도 친환경적 가치가 제품에 묻어나지 않는다.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 원전 특성화 대학과 같이 더 많은 학과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동훈 교수=에코디자인 평가 도구가 개발돼야 한다. 다년간 기업의 에코디자인 이행평가를 해왔다. 제품에 친환경적 요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잘 이행한 기업은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지만 평가에만 그친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에 대한 변별이 없다. 기업들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처음 평가 때는 기업에서 임원급 인사가 왔지만 요즘 평사원이 온다.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한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 평가에 활용도를 높이고 기업들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에코디자인이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환경보호부터 기업 브랜드가치 제고, 매출신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김기정 팀장=해외는 한 가지 환경정책을 도입하는데 센터 등 기관을 통해 약 8단계가 넘는 제품조사를 거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법률로 제정한다. 우리는 과연 이렇게 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선향 과장=환경정책을 들여다보면 제조기업과 소비자가 얼마나 소통을 해왔느냐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화두는 동반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소비자와 제조기업 간 소통이 충분했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산업계는 에코디자인 도입에 힘썼고 정부는 녹색제품 의무구매를 장려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크지 않고 있다. 생산자가 소비자와 그린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이다.

의무감보다는 환경이라는 이미지에 소비자가 이목을 집중할 아이디어를 포함시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대중소그린파트너십을 활성화하고 여기에 소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동반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현재 환경 분야 직업은 힘들고 척박한 환경이 떠오르는 것이 다수다. 앞으로 화학관리서비스 같은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전문 기업도 양성하겠다.

정리=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