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마트에서 벽돌 한 장 크기의 `발전기`를 산다. 가격이 350만원이다. 그런데도 불티나게 팔려서 주문한 후 1~2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발전기 하나면 거의 10년간 전기요금·난방요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충분히 참을 만하다. 전력 사용이 급증해 대정전이 우려된다는 뉴스가 나오던 시절은 잊혀진 지 오래다.

K.R. 스리드하르 블룸에너지 대표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블룸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K.R. 스리드하르 블룸에너지 대표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블룸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황당해 보이지만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이렇게 `꿈같은 미래`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가 투자한 에너지 업체 블룸에너지가 `블룸박스`라는 연료전지를 공개하면서부터다. 미국 일부기업에서 제품을 설치해 전기요금을 대폭 줄였다는 소문도 들린다. 하지만 워낙 `놀라운` 성능을 갖춘 탓에 블룸박스는 상용화 가능한 제품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료전지의 꽃,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블룸박스가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블룸박스에 활용되는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연구개발(R&D)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다. 연료전지는 이름 때문에 종종 배터리로 오해받는다. 연료전지는 물의 전기분해 역반응을 이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엄연한 발전기다. 에너지효율이 높아 연료소비와 오염물질·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친환경 발전기다. 우리는 연료전지를 신에너지로 분류하고 정부가 보급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연료전지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보급되는 연료전지는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다. 과거 전문가들은 `수소경제사회` 구축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연료전지 보급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양한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고 특히 SOFC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전망은 잘못됐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보고서에 따르면 SOFC는 천연가스·프로판가스·LPG 등 기존 탄화수소계열 연료와 바이오연료 등 미래 대체 연료까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싼 외부 개질기가 필요없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사용부지 면적도 줄일 수 있다.

발전 효율이 45∼65%에 달하고, 열병합 시스템을 활용하면 총 85%의 에너지효율을 얻을 수 있다. 기존 연료전지보다 발전효율이 10% 이상 높고, 생산원가는 20% 이상 낮은데다 수명은 긴 것으로 평가된다. 제1세대 인산형연료전지(PAFC), 제2세대 용융탄산염형연료전지(MCFC)에 이어 SOFC가 3세대 연료전지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600~1000도의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고가의 특수소재가 필요하고 가동시간이 길다는 단점도 있다.

◇세계시장 선점 경쟁 치열

다양한 장점에도 높은 기술적 장벽 때문에 SOFC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요구가 높아지면서 선진국은 상용화를 검토하는 단계까지 근접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SOFC 관련 R&D는 1999년 시작된 SECA 프로그램이 이끌고 있다.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석탄 기반의 발전 플랜트와 결합해 석탄가스를 연료로 작동하는 `㎿급 고효율 SOFC·가스터빈 복합발전용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당 1500달러 수준이었던 스택(연료전지 주요부품) 제조단가를 2010년 약 175달러(양산기준)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주요 참여기업이 사업을 중단하고 올해 연료전지 R&D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예산이 삭감돼 SECA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었다.

유럽은 1985년 JOULE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여러 국가의 기관들이 유럽연합(EU)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 협력해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술·정보교환이 활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핀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네덜란드·이탈리아 등이 협력해 250㎾급 SOFC 상용화를 목표로 R&D를 수행하고 있으며, 스위스와 독일 등은 1㎾급 가정용 SOFC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1974년부터 주로 국가 프로그램을 통해 R&D를 수행했다. 주요 국가 프로그램인 선샤인 과제(1974~1993년)와 문라이트 과제(1979~1993년)가 종료됐으며, 현재 뉴선샤인(1993년~)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 프로그램 외에도 기업과 대학의 개별 연구도 활발하다. 미쓰비시는 원통형 150㎾급 SOFC 개발에 성공했으며 교세라는 1㎾급 가정용 모델을 개발해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이 SOFC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용화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MCFC로 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포스코 에너지가 수년째 SOFC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덴마크 연료전지 업체 톱소퓨얼셀과 SOFC 시스템 개발·사업화를 위한 공동기술개발 계약을 맺고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