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가 복지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지만 이는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확대되어야 하는 복지 수준에 대해 이견이 많은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소요 재원의 확보다.
최고 복지는 고용이며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공약의 중심이다. 하지만 대선주자 가운데 누구도 현재 시점에 우리에게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우리의 구조적 실업은 매우 심각하다. 청년실업은 만연하지만 저임금 일자리는 외국노동자로 채워지고 양질의 일자리에는 고급 인력이 부족해 다양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다시금 정보통신기술(ICT)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통신과 하드웨어가 논의의 핵심이다. ICT가 미래 지식사회에서 중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 면에서 상당부분 과거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인다. 논의가 과연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ICT, 특히 통신과 하드웨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던 통신 인프라 중심의 정보 사회와 비교하면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선진국 상황을 보면 통신시장 규모는 크게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고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증명되었다.
많은 국가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종사하는 분야는 서비스 분야로 이 중에서 지식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규모를 우리와 선진국 간에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분야 종사 인력이 전체 경제인구 가운데 우리나라는 47% 수준인데 반해 선진국은 60~70% 수준에 육박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는 지식서비스 산업이 유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인구의 5~10%에 해당하는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130~260만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당면한 실업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된다. 선진국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이미 지식 기반 경제로 전환되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노베이션이 있으며 애플과 같은 기업의 높은 수익성 역시 이노베이션이 핵심이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산업사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국내 재벌그룹은 여전히 대규모 자본 투자와 기계로 인력을 대체하거나 혹은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이전하고 상당수는 아직도 외국 선도기업의 아이디어를 복제하고 대량 저가 생산을 통한 수입 확대를 추구하는 후발주자(second mover)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 특징 가운데 하나인 이노베이션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위험 부담은 높지만 고수익을 확보를 추구하는 창조적 리더 능력은 아직 취약한 상황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중소기업 육성과 재벌기업 규제 논의도 한창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재벌 기업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국부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지식서비스 산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대규모의 자본 투자와 노동집약적인 인력의 대량 투하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서비스 산업의 육성 정책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육성 정책과 같이 미래 전망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는 지식사회의 특징이다. 가중되는 불확실성, 혼란과 혼돈 속에서 다양한 창의적 시도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는 것은 창조·지식사회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은 KAIST 겸직교수(소프트웨어 경영연구소 소장·eunkim5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