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세계경제는 끝 모르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해도 세계 곳곳에서 불안 요인들은 봇물 터지듯 나온다. 특히 올해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이슈로 인한 불안이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경기는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론보다는 `회복세를 논하기 어렵다`는 민간 연구기관들의 시각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한국경제는 과연 암울한 세계경제 불황을 딛고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일본 민간경제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이 책에서 한국경제가 처한 위험과 기회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유럽 등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경제와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상황이 본질적으로 같지 않다는 것을 낱낱이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6대 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위기가 얼핏 동일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우선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원인은 소비 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 혹은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며 신흥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한 경기 과열 즉,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조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짚어낸다.
이 같은 국가를 고객으로 삼고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 여파를 겪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내수도 얼어붙고 부동산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전망을 내놨다.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수출 부문인 자동차, 전기전자, IT산업과 내수를 견인하는 부동산, 금융, 공공 부문 6개 산업을 축으로 삼았다. 이 산업의 흐름이 내년에 한국경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산업인 전기전자산업 부문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의 시장 확대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TV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통해 신규 수요를 내다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양산업으로만 간주했던 백색가전 시장도 프리미엄 시장 확대, 미국·유럽 가전제품 교체 수요 등이 일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IT산업 부문은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사, 소프트웨어업체, 제조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플랫폼을 안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알려진 것처럼 현재 미국과 유럽 주택 버블 이후 상황은 일본의 그것과 구조적으로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국 시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일본이 지난 시기 시행해온 경제대책과 그 효과를 살펴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의미한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지음. 청림출판 펴냄. 가격 1만6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