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영 지대인 선박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통신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전자파가 전달될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철조구조물로 이뤄진 선박 본체에서는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었다.
제주대학교 해양시스템공학과 배진호 교수팀은 선체에서 음파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로 특허와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배 교수팀은 `선체 통신망 구축을 위한 초음파 통신 기술 연구` 과제를 통해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체 내에서 100미터 통신에 성공했다. 제주대 측은 “지금까지 철 구조물을 통한 음파 전달은 주로 철 구조물의 결함 모니터링으로만 사용되었다”며 “통신과 신호처리, 음향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 조선과 IT 융합의 상승 작용을 보여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성공한 100미터 거리와 10킬로 바이트 전송 속도는 최적화되지 않은 기초 실험이어서 송신과 수신을 한 개 음향 트랜스듀서만을 사용해 무전기 성능 정도 수준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다중 트랜스듀서를 사용해 통신 거리와 성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연구 성과는 조선과 IT를 결합한 첫 결과라는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제주대 해양시스템공학과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양계측공학과로 출발해 다른 학과에 편입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9년도에 전공학과로 분리돼 해양시스템공학과로 재설립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역학을 바탕으로 조선과 전자, 통신, 음향학을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자는 목적에서 설립됐다.
5명의 교수진도 전공도 십인십색이었다. 전통 조선공학 2명, 전자공학 전공 2명, 나머지 한 명의 교수는 음향학 전공으로 역학과 전자 지식을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맡았다. 설립 초기에는 상이한 학문 특성 탓으로 의사소통 조차 힘들어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결국 5명 교수진이 각각의 전공을 잘 융합해 연구할 수 있는 분야를 토론하다가 선체 통신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고 특허 출원 후 연구 과제를 신청했다. 3년 이상을 준비해 지난해 연구재단 기초연구실 과제로 신청했으나 너무 모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에서 블럭별로 공사할 때, 철 구조물이라서 통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유독가스 등으로 사고가 발생해 해결 방법을 고민하던 중 선체 통신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에 실험적으로 검증하는데 성공했다. 제주대 측은 “근본이 다른 역학과 전기전자 음향 지식을 융합해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값진 성과를 올렸다” 며 “조선과 IT융합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