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혁신` KT가 흔들린다] <상>일할 맛 안난다…낙하산 배치에 KT 휘청

KT가 흔들린다. 이석채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강도 높은 개혁과 혁신이 4년째 지속됐다. 하지만 KT의 성장 정체는 여전하다. 혁신 피로감도 곳곳에서 노출된다. 조직과 인사를 둘러싼 잡음도 갈수록 커졌다. 스마트 혁명 시대에 개혁과 혁신이라는 담론에 KT 임직원 모두 수긍한다. 하지만 방법론에는 회의적이다. 경영진이 혁신을 모토로 분사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이달 초 단행된 임원인사에 대한 평가도 냉소적이다. KT 본연의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 발탁이 아닌 제 사람 챙기기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4년간 경영진의 혁신 행보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괴리감과 회의감이 공존한다.

KT가 흔들리면 우리나라 통신 생태계가 덩달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KT를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일할 맛이 안 납니다.”

사석에서 만난 KT 임직원이 쏟아낸 넋두리다.

이달 초 임원인사 이후 KT엔 이상기류가 흐른다. 끊임없는 낙하산 인사 영입과 승진, 요직 배치 등으로 임직원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지난 3일 실시한 임원인사에서는 김홍진 사장, 김은혜 전무, 임수경 전무, 오세현 전무 등 외부 영입인사가 대거 요직을 차지했다. KT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자회사로 분리한 부동산, 위성, 미디어 부문도 모두 외부 영입인사가 수장에 올랐다.

반면 정통 KT 출신으로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던 사람들은 퇴사하거나 자회사 등으로 밀려났다. 내부 직원들이 술렁이는 이유다. 이상훈 글로벌&엔터프라이즈 부문 사장은 연말 퇴사할 예정이며, 김성만 부사장, 전인성 부사장, 이길주 부사장 등은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의 자회사 배치는 기존 KT 출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퇴출을 의미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한 파격 인사지만, 임직원은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최근 1~3년 새 합류한 외부 인사, 즉 `이석채의 사람들`을 위한 인사라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지금의 KT를 만들어온 기존 KT 출신들은 개혁 대상으로 치부되는 아이러니에 발끈하는 직원도 한둘이 아니다. 외부 인사의 지속적 영입으로 내부 인사 적체도 심화하는 추세다.

KT 한 직원은 “외부 출신들은 전부 승진시켜 요직에 배치하고, KT에서 일해온 사람들은 외부로 내몰린다”면서 “믿고 따르던 선배들이 밀려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KT가 매번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구조적 이유도 있다. 공기업이던 KT가 지난 2002년 완전 민영화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정권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어김없이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다. 현 정권과 함께 취임한 이석책 회장은 친 정권 인사들을 영입해 요직에 배치했다. KT는 곳곳에 현 정권 사람들이 포진한 이유다.

낙하산 논란을 피하려면 전문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영입 인사 중 일부를 제외하면 전문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영입인사들 출신을 보면 검찰, 청와대, 국정원, 언론, 컨설팅, 다국적기업 등이다. 전문성보다 정권과 연관성을 찾는 것이 더 쉽다.

결국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민간기업으로서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KT에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CEO의 혁신 노력과 거꾸로 KT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졌다. 이미 통신 맏형으로서의 존재감은 퇴색했다. 롱텀에벌루션(LTE)에서는 3위로 쳐졌다.

통신 전문가를 밀어내고 비전문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KT 내부에서도 이 같은 불만과 비판이 들끓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통신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로 잇따라 진출하는데, 이는 전문성 부재가 낳은 조직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