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실리콘의 부도 처리가 난데없이 LCD TV용 핵심 소재 수급난으로 불똥이 튈 조짐이다. 국내 최대 LCD 광학필름 업체이자 복합시트를 유일하게 양산 중인 신화인터텍이 관계사인 한국실리콘 부도 여파를 맞았기 때문이다. 내년 LCD TV 모델을 겨냥해 최근 복합시트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조만간 공급부족(쇼티지) 현상까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CD 패널·TV 제조사 외에도 중국 업체들까지 내년부터 프리즘시트를 대신할 복합시트를 채택할 예정이지만, 공급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신화인터텍이 경영난을 겪자 경쟁사인 미래나노텍·상보 등이 가세했지만 아직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복합시트는 프리즘시트와 다른 패턴의 시트를 합치거나 한 장의 시트에 두 가지 패턴을 모두 새겨 넣은 시트를 말한다. 휘도를 높여주는 프리즘 시트 두 장을 대체할 수 있다. 복합시트는 프리즘 시트 두 장을 사용한 것보다 원가와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주목을 받는다. 프리즘시트를 두 장 사용할 때는 각각 180~250㎛ 두께의 시트를 사용해야 하지만, 복합시트는 전체 두께가 250㎛에 불과하다. 무게당 가격을 받는 시트의 특성상 원가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복합시트 채택량을 늘리면서 신화인터텍의 공급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으나,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생산 능력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윤순광 한국실리콘 회장은 오성엘에스티 지분을, 오성엘에스티는 신화인터텍 주식을 담보로 차입한 상황이다. 한국실리콘이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나, 신용등급까지 강등될 위기에 처한 신화인터텍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나마 미래나노텍이 자사의 렌즈시트 기술을 기반으로 복합시트를 개발해 숨통은 트인 상태다. 대량 생산체제도 갖춰 내년부터 복합시트를 본격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보도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기 위해 복합시트를 개발하고 내년부터 양산하기로 했다.
문제는 중국 패널·TV 제조사까지 복합시트를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급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해외에 아직 복합시트를 생산하는 곳이 없다. 최근 중국 제조사들이 복합시트를 공급받기 위해 한국 업체들을 찾는다.
업계는 내년 6000만장 이상의 복합시트 수요를 예상했다. 1000만장 정도를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복합시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복합시트를 채택하면서 국내 업체만으로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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