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은 숨고르기…한화는 투자 확대 `홍기준의 실험`

태양광업계가 투자를 축소하고 일부 생산라인을 세우는 등 숨고르기에 돌입한 가운데 한화케미칼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줄이지 않는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태양광사업 부문에서 크게 고전했다. 한화솔라원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상당부분 깎아 먹었다.

지난달 큐셀 인수를 마무리하며 유럽·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제조 기반을 확보했지만 시황 불안으로 안팎으로 우려가 높다. 내년도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이 예정돼있어 자칫 3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홍기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판단은 정면 돌파다. 그룹차원에서 이뤄지는 태양광 사업 지원과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 부회장의 뚝심은 시장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홍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내년 하반기 태양광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어느 정도 균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과 더불어 제품 가격 또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화케미칼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홍 부회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태양광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자신했다. 사업의 본격화와 업황 회복시기가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가격 하락이 가장 심한 폴리실리콘 사업도 준공·양산 시기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오히려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전 밸류체인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에서 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 모듈(한화솔라원), 발전시스템(한화솔라에너지·아메리카·유럽), R&D센터(한화솔라아메리카)까지 원스톱시스템을 갖췄다. 한화는 폴리실리콘 증착과정을 생략하거나 잉곳 단계를 없애 웨이퍼로 바로 넘어가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관련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한 태양광 시장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올해 약 30GW 규모다.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성장했다. 내년에는 30GW 중반까지 설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벨류체인 전 제품에 대한 가격 하락 압박은 심해졌지만 고효율제품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은 국내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화케미칼은 큐셀 인수로 고효율 전지·모듈 생산에 강점을 보유했다. 큐셀은 고효율 N타입-풀 스퀘어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여기에 고효율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 시장이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고 현지 거점을 통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태양광발전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시스템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와 준비도 끝냈다.

한화솔라원은 남아공 정부가 케이프타운 인근 2개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15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 필요한 1300억원대 모듈 전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창사 이래 모듈 수주로는 최대 규모다.

홍 부회장은 “태양광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화사업과의 조화를 통해 회사가 견딜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5월께 폴리실리콘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 연말까지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태양광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 현황

태양광 시장은 숨고르기…한화는 투자 확대 `홍기준의 실험`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