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 두 후보는 생태계 활성화, 콘텐츠의 중요성 강조, 발 빠른 정부 대처, 이를 위한 독임 부처 설치 등의 전반적인 상황 인식 및 방향 설정은 대체로 비슷했다.
현 정부가 초래한 상황에 대한 변화 필요성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콘텐츠 중요성을 강조하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양쪽 모두 부처 간 업무중복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지적하며 부처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평가자들은 어느 정도 중복이 적당한지, 선의의 경쟁이 되는 중복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에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평가나 연구없이 거버넌스 개편 문제를 내세우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는 평이다.
박 후보는 ICT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수단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은 많지 않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런 와중에도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 발전과 연계하는 창의적 접근을 하려는 노력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평가자들은 “정책적 수단을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구체적 사안의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하니 아쉬운 점”이라고 평했다.
특히 준비된 대통령, 풍부한 인재풀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집권당의 입장에서 각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단점으로 꼽혔다. 다만 순환보직과 전문성의 상충 문제, 지식공유의 문제를 고민하는 등 하드웨어(HW)적 조직 개편에서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SW)적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문 후보는 산업적 포커스를 인식전환하면서 큰 틀에서 국민의 인터넷 사용을 문 후보의 4대 공약과 연결시키면서 문화산업 콘텐츠 중심 인터넷 생태계 조성이라는 진취적인 사고를 보여줬다. 그리고 문화산업과 콘텐츠로 중심 이동을 위해 지원은 늘리고 간섭을 줄이며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단점으로는 정책수단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두 후보 모두 바람직한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은 제대로 갖고 있으나 구체적 정책수단 논의나 효과 예측 및 분석은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고 평가자들은 진단했다. 경제·산업 효과 창출과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ICT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단일화와 경제민주화, 복지 이슈에 함몰되어 ICT 정책비전 설정과 개발에 많은 고민을 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 정책수단에 대한 고민이 캠프 내외부 전문가 집단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떤 전문가 집단이 어떤 논의를 진행중인지 국민에게 알리고 의견도 수렴하는 활발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