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8) 결과에 대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총회 결과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약속인 교토의정서 기간은 2020년으로 연장됐지만 주요 선진국들이 발을 빼면서 온실가스 감축 의지에 맥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COP18 결과가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원칙적인 선에 그치면서 국내 기후변화 정책 전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선진국들이 의무감축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감축의무도 없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총회로 기후변화 이슈가 국제적 합의를 아직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 만큼 차기정부 인수위가 배출권거래제를 포함해 정책 전반을 재검토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체제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 경기불황과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라며 “다수의 국내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기후변화 주도권이라는 명분만 챙기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녹색기후기금(GCF) 조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의 기금 참여를 독려하고 다음 총회까지 자금조성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금 조성 비율, 방법 등이 없는 지금 GCF 유치국으로서 책임만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금 조성이 국내 기업 경영에 또 따른 제제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은 충분한 당위성이 있고 GCF 유치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선진국들이 불참의사를 밝히는 지금 기업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동향 파악에 심사숙고해 현실성 있는 정책을 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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