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에 이어 모토로라까지 철수하면서 한국 시장이 `외산폰의 무덤`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글로벌 제조사의 텃세에 외산폰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시장에 나온 외산 휴대폰은 지난 7일 출시된 애플 `아이폰5`밖에 없다. 시장 경쟁에 의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지만 지사마저 철수하면서 당분간 국내 휴대폰 시장엔 다양성이 사라질 전망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한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70%에 달하며 LG전자와 팬택이 각각 14%다. 나머지 외산 기업 점유율은 모두 합해 2%에 지나지 않는다.
◇왜 철수하나=모토로라와 HTC 등 한국 지사 철수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이들은 모두 올해 단 1종의 신제품도 내놓지 못하며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모토로라는 구글 인수와 함께 조직 효율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 세계 지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모토로라코리아는 10일 연구 및 개발, 소비자 모바일기기 마케팅 조직을 포함한 한국 내 대부분 조직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R&D 조직을 재편하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지사는 경쟁력이 없다는 표현이다.
◇구글, 모토로라 인수 전략 수면 위로=구글은 모토로라 조직을 최소화해 특허와 안드로이드 최적화를 위한 R&D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모토로라 특허 가치는 55억달러로 산정된다.
구글은 인수 당시 애플과 특허전쟁과 관련해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구글이 디자인과 R&D 기능이 있는 한국 지사까지 철수키로 결정한 것은 모토로라 실적이 연일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지난 3분기 5억2700만달러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 2억3300만달러에 비해 126.2%가 증가했다. 매출 상승분 이상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봤다.
◇시장 다양성 사라진다=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갤럭시`와 `아이폰`만 있는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이 없어졌다. HTC코리아에 이어 모토로라코리아가 철수했고 노키아코리아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다. 소니모바일은 소니코리아와 통합설이 나오고 있고 리서치인모션코리아 역시 신제품 출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 외산 업체 관계자는 “단말기를 팔기 위해 출고가의 50%가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국 휴대폰 유통 구조가 외산 업체 발목을 잡아 시장 다양성을 없앴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