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아직 안죽었다 '극한 생존 경쟁'

지난 1년 간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설비투자 실종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장비 업계가 극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패널 업체들과 삼성디스플레이가 라인 투자를 재개하면서 숨통은 트인 상태. 더 나아가 장비 업계는 미래를 내다보며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구조조정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최근 중국 BOE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1500억원 수준의 장비 주문을 받았다. 몇몇 업체는 부도설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수주로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중국 BOE 오르도스 공장의 장비도 70%가량은 일본 업체들이 수주한 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A2익스텐션(A2E) 라인의 핵심 장비도 일본산이 장악했다. 패널 경기가 다소 회복됐어도 내년 장비 시장은 여전히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업계는 장기전 채비에 돌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주성은 유상증자로 확보되는 자금으로 일부 차입금을 상환하고, 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생산을 위한 원자재 구입과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상당수의 기업은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와 함께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디엠에스는 지난 상반기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해 500여명의 수준이었던 직원 규모는 최근 300여명으로 줄었다. 또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는 방식으로 미래사업 대비에 필요한 현금도 확보했다.

에스에프에이는 직원 수를 줄이지 않았지만, 창원 공장을 폐쇄해 아산과 기흥 사업장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등 사업 조정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지난 3분기에는 매출이 36%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영업이익이 13.8%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최대 장비 업체인 세메스는 반도체 후공정 설비 업체 세크론 및 반도체 설비 개조 전문업체 지이에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설비 투자 재개로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향후 경기를 보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정비를 줄이고 투자 여력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업체가 살아남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