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는 여성과학기술인 활용도가 10% 미만이었습니다. 지금은 18% 정도니 두 배 가량 성장한 셈이죠. 과학기술계에서도 젠더(Gender) 다양성 확보가 중요 어젠더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과기인도 많아졌죠.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기르는데 기여하는 여성 과기인이 크게 늘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올해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를 이끌고 있는 이혜숙 센터장 2010년부터 WISET을 이끌며 여성과기인 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달 취임 2주년을 맞았다. WISET 활동은 3년차지만 여성과기인 위상 제고와 지원을 위한 이 센터장 활동은 법률 제정과 함께 시작됐다. 우리나라 여성과기인 지원 활동의 산 증인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여성과기인이 마음 놓고 현장에서 재능을 펼치기엔 인식도 제도도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입니다. 이들의 경력 복귀를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이 적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과기인의 복귀를 환영하지 않는 조직 문화도 여전합니다.”
그가 말하는 여성과기인 육성 이유는 분명하다. 남녀 구별 없는 우수 인력 유입을 통한 다양성 확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된 지금 남녀를 구분해 인재를 양성할 여유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도 여성이 구매 결정권의 80%를 가진 시대입니다. 물건은 여성이 사는데 남성 시각으로 만들기만 해선 경쟁력이 없습니다. 다양성 확보가 곧 혁신과 융합이 원천이라면 여성이 빠진 다양성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센터장이 여성과기인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멘토링 사업이다. 여성과기인 스스로 노력으로 동료 여성과기인을 돕고 후배를 양성하며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여성과기인이 직접 나서 후배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멘토링 사업에 참가한 고마운 여성과기인 존재가 선순환 생태계 토대 마련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980년부터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 센터장은 WISET 활동 외에 수학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수학은 공부할수록 행복해지는 학문인데 접근법이 잘못돼 많은 학생이 어려워한다”며 “수학 때문에 이공계 진출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재미있는 수학 방법론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