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용 아이폰5가 통신사에 득일까 실일까.
지난 7일 SK텔레콤과 KT에서 아이폰5가 출시된지 2주 만에 자급제용 아이폰5가 출시되면서 그 여파에 관심이 집중됐다. 5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된 후 나온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단말기 자급제도가 활성화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K텔레콤과 KT는 자급제용 아이폰5에 일단 유보적인 반응이다. 자급제용 아이폰5가 흥행에 성공하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급제용 아이폰5가 통신사 마케팅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주지 않고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통신사는 62요금제 이상 고객에게 13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이 비용 없이 가입자를 모을 수 있다.
자급제용 단말 구매 고객은 통신사 약정을 원치 않기 때문에 요금 할인도 해줄 필요가 없다.
통신사 입장에선 보조금과 요금 할인도 없는 알짜 고객인 셈이다.
기존 통신사 약정으로 아이폰5를 구매하는 고객과 자기잠식(카니발리제이션) 효과도 우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말 초기 구매 부담이 자급제용 아이폰5 판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급제용 아이폰5는 89만원(16GB)으로 출고가를 그대로 지급해야 구매할 수 있다. 반면에 통신사 2년 약정(62요금제 이상)으로 구매하면 보조금을 빼고 68만4000원으로 20만6000원이나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2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 고객은 초기 단말기 구매 부담이 큰 자급제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통신사 약정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며 “자급제용 아이폰5가 기존 고객 유치에 큰 저항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우려하는 것은 자급제용 아이폰5 고객이 3G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롱텀에벌루션(LTE) 요금제가 아닌 3G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쓰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증가하지 않는다. 트랙픽 증가도 부담이다.
실제로 자급제용 아이폰5를 선택한 고객 중 대부분이 3G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선호한다.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은 들지 않지만 ARPU 상승은 제한이 된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3G무제한 데이터요금제 고객 일부가 자급제용 아이폰5를 구매해 ARPU 상승 속도가 늦춰지는 정도로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통신사보다는 내년 제조사 휴대폰 유통 계획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