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 얼마만이냐" 르노삼성 부산공장, SM5 플래티넘 효과에 `함박웃음`

14일 찾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는 비가 오는 중에도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완성차들이 선적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공장 안에 들어가니 신나는 음악이 조립라인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직원들이 부품을 장착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차체 공정에서는 전체 작업의 99%를 차지하는 로봇이 불꽃을 튀기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용접작업을 해내고 있었다.

14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직원들이 뉴 SM5 플래티넘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14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직원들이 뉴 SM5 플래티넘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사실 부산공장에서는 올해 1년 내내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르노삼성은 수출물량 감소와 내수 판매 부진으로 지난 1월 잔업을 중단했다. 3월 이후 아예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날이 16일이나 됐고, 9월에는 희망퇴직으로 전체 직원 5500명 가운데 800명이 회사를 떠났다.

부산공장에 웃음이 돌아온 건 지난 달 초 뉴 SM5 플래티넘이 출시된 다음이다. 이 차는 11월 한 달에만 2200여대가 팔리면서 부산공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1개월만에 잔업도 부활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00대 가까이 계약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르노삼성은 이달 뉴 SM5 플래티넘 생산량을 지난달 보다 1500대 늘리기로 했다.

오직렬 르노삼성 제조본부장(부사장)은 “SM5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해 판매가 부진할 때 공장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뉴 SM5 플래티넘 출시 이후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잔업도 생겨 분위기가 고무된 상태”라며 환하게 웃었다.

뉴 SM5 플래티넘의 히트 뒤에는 다양한 차종을 한 조립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혼류생산` 기술이 숨어 있었다. 국내에 제조공장이 하나뿐인 르노삼성으로서는 조립라인 한 곳에서 여러 차종을 실수없이 생산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공장에선 현재 한 조립라인에서 SM3, 뉴SM3, 뉴SM5 플래티넘, SM7, QM5 다섯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공장에서 한 직원이 여러 모델을 조립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모델을 조립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에러 프루프 시스템(차량 도착 시 조립되어야 할 부품을 알려주는 시스템), 블록앤드키트 방식(Block&Kit:작업 구간을 정하고 이 구간에 필요한 부품을 키트에 담아 공급), 에코스(ECOS: 전장 시스템 체크 설비) 등을 가동하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엔진 조립공장에서는 크랭크샤프트, 캠샤프트, 콘로드, 실린더 헤드 등 핵심 조립라인의 자동화율이 85%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올해 엔진 국산화를 72%까지 달성한 르노삼성은 내년 이 비중을 77%까지 높일 계획이다.

오직렬 제조본부장은 “지난 7월 카를로스 곤 회장이 직접 닛산 차세대 로그 8만대를 부산공장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추가 위탁생산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전기차도 내년 2월 실험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