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부설연구소 증가세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히 연구소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11월 현재 기업부설연구소는 총 2만5649개로 지난해 말에 비해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1년 증가율 11.5%의 절반에 불과하다.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기업부설연구소 수는 민간 연구개발(R&D) 활동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쓰인다. 기업부설연구소는 지난 2004년 1만개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0%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부설연구소 증가율 하락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증가율은 11.5%로 전년 16.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기업부설연구소가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서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경기 악화로 문을 닫은 연구소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중소기업 연구소 설립 조건이 차등 적용된 것도 증가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은 연구원 3명 이상이면 연구소 설립이 인정됐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신규 중기업과 소기업으로 나눠 소기업에만 적용됐다. 1년간 유예조치를 받았던 기존 중기업 부설 연구소도 지난 7월부터 최소인원 조건이 5명 이상으로 환원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처럼 큰 폭으로 늘어나는 현상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순히 연구소 수를 늘리는 정책보다는 현재 구축된 연구소 활용도와 성과를 극대화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수도권에 편중된 지역 불균형 해소도 과제로 꼽힌다. 10월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소재 기업부설연구소가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지역 기업부설연구소가 40%를 넘는다.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관리팀 관계자는 “기업 부설연구소가 2만5000개를 넘어 이미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정책 연구를 통해 잘하는 기업연구소에 대한 인증제도 등 다양한 질적 성장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위:개, %) ※자료: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