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통한 엔화 약세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원화 강세와 맞물려 수출 경쟁국가인 일본 엔화가 약세를 띠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17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2.1원 하락한 107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에 엔화는 달러당 84.05엔으로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일본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장기간 제로금리 유지를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해왔던 만큼, 이는 엔화의 추가 약세를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KOTRA·한국무역협회도 일본 새 내각이 디플레이션 탈피·엔고 시정을 위해 금융완화시책을 도입해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주요 연구소는 내년 상반기 엔·달러 환율이 84~87엔 수준을 나타내다가 연말에는 90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KOTRA 관계자는 “총선 이후 일본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경기부양인 만큼 엔화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상품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수출업체 789개사를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41.0%는 수출 경쟁력 약화 및 향후 새롭게 나타날 경쟁 구도를 우려했다. 반면에 `우리 기업이 경쟁력 우위에 있어 영향이 없다`는 답변은 4.6%에 그쳤다. 나머지 50.6%는 `일본 기업과 경쟁이 없어 영향이 없다`고 밝혔으며, `일본 수입 비중이 커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9%였다.
업종별로는 수출주력 품목인 IT와 자동차가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IT와 자동차에 대한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엔화 가치 상충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도 있다. 임수균 상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력 수출품목이 스마트폰과 반도체는 일본과 상당한 격차가 이미 벌어졌고, 자동차 역시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협력 업체까지 해외 생산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임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도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중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아시아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아베 정권이 강경 입장을 취할 경우 한·일과 중·일 간 관계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명진호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엔저·원고 등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와 함께 결제 통화 다변화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 수출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최근 원화 및 엔화 달러당 환율추이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