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쥐약…아이폰5, 왜 옵G에 졌나

배터리 문제서 명암 갈려…외신도 보도

LTE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젠 시중에서 3G 스마트폰을 찾기 쉽지 않다. 올해 2년 약정이 끝난 소비자도 속속 4인치 이상 LTE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휴대전화 판매자도 “올 상반기부터 LTE 스마트폰이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며 “3G 스마트폰은 비수기 가입자 확보를 위한 미끼상품으로 전환한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피처폰이나 3G 스마트폰을 쓰다가 LTE로 넘어온 소비자 중 상당수도 불편을 호소한다.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건 바로 배터리 이용시간. 시장조사기관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6개월 내 스마트폰 구매자 4,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8%가 배터리 사용시간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LTE 스마트폰으로 반나절밖에 못 쓴다는 응답도 40%나 된다.

◇ 아이폰5…LTE가 배터리 귀신?=지난 9월 미국을 시작으로 올 12월 초 국내 시장에 선보인 아이폰5에서도 배터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주요 IT 커뮤니티에서는 아이폰5 배터리 사용시간에 대한 불만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LTE망 감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아이폰5를 대기모드로 놔두기만 해도 1시간에 10% 이상 배터리가 줄어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아이폰5에서 ‘LTE 활성화’ 옵션을 끄면 체감 이용시간이 늘어난다는 의견이 많다.
▲ 아이폰5에서 ‘LTE 활성화’ 옵션을 끄면 체감 이용시간이 늘어난다는 의견이 많다.

다른 소비자는 “배터리가 3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LTE 활성화 옵션을 끄고 3G 모드로 전환하면 체감 이용시간이 확연하게 늘어나는 걸 느꼈다”며 “3G망을 쓰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 속도는 느려지지만 당장 충전할 수 없는 환경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컨슈머리포트도 “배터리는…”=해외 언론이나 시장조사기관 역시 아이폰5의 배터리 이용시간이 낮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23일 미국 비영리소비자평가기관인 컨슈머리포트는 온라인판을 통해 주요 스마트폰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제품인 LG전자의 옵티머스G가 아이폰5를 제치고 스마트폰 추천 제품 1위를 차지했다. 옵티머스G는 갤럭시S3 78점, 애플 아이폰5와 갤럭시노트2 77점보다 많은 총점 79점을 받았다(AT&T 부문 기준).

▲ 컨슈머리포트는 옵티머스G의 배터리 이용시간에 ‘최상’ 등급을 매겼다.
▲ 컨슈머리포트는 옵티머스G의 배터리 이용시간에 ‘최상’ 등급을 매겼다.

결과를 보면 옵티머스G와 아이폰5 두 제품은 이용 편의성, 웹 브라우징 성능, 디스플레이, 통화 등 평가 항목 대부분에서 동등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컨슈머리포트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 편의성을 평가하는 메시징 항목과 배터리 항목에서 옵티머스G의 손을 들어줬다. 옵티머스G는 배터리 이용시간에서 ‘최상’(Excellent) 등급을 받은 반면 아이폰5는 ‘좋음’(Good) 등급을 받았다.

◇ LTE일수록 “배터리 용량 높아야”=컨슈머리포트가 이런 평가를 내린 이유는 뭘까. 한 이동통신 전문가는 “현재 쓰이는 3G망은 필요할 때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비동기식이다. 이 방식은 지연시간은 조금 높아질 수 있지만 배터리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LTE는 지연시간을 낮추기 위해 항상 네트워크 접속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 3G망의 지연시간은 30~40ms 수준으로 LTE망의 약 2배에 달한다.
▲ 3G망의 지연시간은 30~40ms 수준으로 LTE망의 약 2배에 달한다.

실제로 현재 벤치비 등 스마트폰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속도를 측정해보면 3G망의 지연시간은 30~40ms인 반면 LTE망은 10~15ms로 기존 3G망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지연시간이 낮아지면 인터넷 웹페이지가 열릴 때마다 기다리는 시간이나 통화 버튼을 누른 후 상대방에 연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자연히 짧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지연시간을 줄이기 위해 항상 LTE망에 접속하다 보니 배터리 소모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LTE 쥐약…아이폰5, 왜 옵G에 졌나

이 전문가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LTE 접속용 모뎀칩의 소모전류나 안테나 효율을 일부러 낮게 설계하는 제조사는 없다”며 “따라서 LTE망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배터리 용량이 높은 쪽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폰5의 배터리 용량은 1,440mAh인 반면 옵티머스G의 배터리 용량은 2,100mAh로 40% 이상 높다. 컨슈머리포트가 옵티머스G의 배터리 이용시간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 옵티머스G 1위 비결은 ‘특허’=LTE 상태에서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제조사의 노하우도 배터리 이용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노하우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게 바로 특허 출원 건수다.

LTE 쥐약…아이폰5, 왜 옵G에 졌나

지난 10일 미국 지적재산권 컨설팅기관인 테크IPM(www.techipm.com)이 발표한 2012년 4분기 미국 내 스마트폰 LTE 특허 현황에 따르면 LTE 출원 중 특허 433건과 등록된 특허 404개 중 LG전자가 전체 특허의 16%를 차지해 1위로 나타났다. 2위인 노키아는 14%, 3위인 애플은 13%, 4위인 삼성전자는 12%를 보유하고 있다. LG전자가 가진 LTE 관련 특허가 옵티머스G의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데도 유·무형으로 도움을 주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