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LG 싸움 득보는 것은 해외 뿐

지난 4월 불거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기술 유출 공방이 최근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싸움은 AM OLED TV 제조 기술을 의도적으로 빼돌렸느냐 여부였다. 하지만 몇차례 공격을 주고 받더니 이제 상대방의 대표 제품이 자사 기술을 도용했다는 싸움으로 번졌다. 그 대상은 무엇이든 상관 없는 모양새다. 상대방 얼굴에 먹칠하면 그걸로 만족하는 듯 하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의 AM OLED 기술을, 삼성디스플레이는 LG의 광시야각(AH-IPS) 기술을 각각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삼성과 LG가 소모전을 벌이는 사이, 시장 형세는 바뀌었다. 중국 BOE는 AM OLED 생산을 위해 기판 공정인 저온폴리실리콘(LTPS) 투자를 시작하고 장비를 발주했다. 들여다 보면 더욱 가관이다. 국내 패널 업체간 과도한 경계가 장비 업체로도 불똥이 튀었다. BOE 1차 발주물량의 70%는 일본 기업들이 가져간 것으로 추산된다. OLED 시장이 성장해도 국내 장비 업체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양대 패널 업체의 날선 모습에 장비 업체까지 긴장한 것이다. “LCD용 장비를 영업한다고 해도 OLED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일단 눈치를 보게 된다. 소극적으로 영업할 수 밖에 없다.” 한 장비 업체 영업 담당 임원의 말이다.

고해상도 LCD 시장은 또 어떤가. 샤프와 AUO가 차례로 하이디스와 광시야각 기술 라이선스를 맺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 주로 사용되는 고해상도 광시야각 패널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부품에 특허 문제가 걸리면 고객은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다.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한 부품을 탑재한 세트도 특허 소송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두가지 특허 소송 모두 각 계열사 고객으로 한정지어졌다. 하지만 이들 싸움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모르는 일이다. 적당한 긴장과 경쟁은 약이다. 삼성과 LG가 경쟁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서로를 갉아먹는다. 삼성과 LG만이 아니라 주변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들의 공방을 보고 있으면,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이 떠오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