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은 올해 상반기 IT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다. 2편 이후 12년 만에 선보인 이 게임은 첫 날 350만 장을 판매, PC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렸다는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주일 뒤에는 630만 장을 넘겼고 지난 8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손쉽게 1,000만 장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디아블로3 효과`는 상당했다. 출시 직후 PC방 점유율은 39.7%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5∼6위권으로 떨어진 상태로 주춤하지만 확장팩 등이 내년에 나올 것으로 보여 파급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디아블로3이 등장하면서 IT 시장에도 잠시 활기가 불었다. 게임처럼 멋진 `PC 업그레이드` 동기는 없다. 그래픽카드나 CPU, 메모리 등 화려한 게임 그래픽을 위한 업그레이드는 기본. 이런 준비가 끝났다면 아무래도 롤플레잉 게임이다 보니 반응속도가 빠른 게이밍 키보드나 마우스, 헤드셋 등을 찾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이 중 마우스는 게임 잘 만나 신세 바꾼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다. 몇 년 전만 해도 PC 사면 `덤으로 얹어주는` 상품이었지만 이젠 게임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 기능으로 부가가치를 높인 것. 제이웍스가 선보인 매드캣츠 R.A.T7(MADCATZ CYBORG R.A.T 7. 이하 RAT7)은 대표적인 `럭셔리 게임 마우스`다.
◇ RAT7가 풍기는 `프로게이머 마우스의 조건`=왜 게임에는 값비싼 마우스가 필요할까. 프로게이머가 찾는 제품을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프로게이머는 보통 감도가 높고 무게 조절 기능을 갖춘 걸 쓴다. 손놀림이 중요한 게임에서 고감도는 필수다. 무게 조절은 한마디로 자신의 손에 맞는 그립감을 포함한 `맞춤형`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신호 전달 속도에 문제가 없는 유선(케이블)을 주로 쓴다.
RAT7을 살펴보면 이런 조건을 금세 알 수 있다. RAT7의 감도는 6,400dpi에 이른다. 마우스에서 감도, 해상도라는 건 마우스를 1인치 움직일 때 화면 이동거리를 말한다.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마우스 감도는 800∼2,000dpi 사이다. 게임용으로 나온 고급형이라면 3,000∼6,000dpi 가량. 만일 800dpi 마우스로 화면 중간쯤 움직였다면 1,600dpi 제품을 쓰면 2배는 더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무작정 게임에서 고감도 마우스만 필요한 건 아니다. 정교한 한 방이 필요한 FPS 게임 같은 곳에선 고감도는 되려 해가 되기도 한다. RAT7은 커스텀 DPI 설정 기능을 지원한다. 125dpi에서 6,400dpi까지 원하는 대로 커스텀 DPI를 설정해뒀다가 버튼 한 방에 언제든 감도를 바꿀 수 있게 한 것. 감도 상태는 LED로 표시해줘서 한 눈에 알아보기도 쉽다.
RAT7이 지원하는 트래킹 속도는 초당 6m다. 트래킹 속도라는 건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얼마나 빠르게 마우스 포인터를 포착할 수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해상도와는 관계가 없지만 해상도를 높이면 같은 거리를 움직여도 움직이는 도트 수도 덩달아 늘어난다. 속도에도 자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트래킹 속도를 갖췄다면 문제될 게 없다.
물론 마우스에서 해상도만 중요한 건 아니다. 최대 가속도도 빠져봐야 할 문제다. 가속도 수치가 높다는 건 쉽게 말하자면 똑같이 움직여도 더 빨리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게임용으로 나왔다고 해도 최대 가속도는 8∼30G 사이다. 이에 비해 RAT7은 50G에 이른다.
다음은 반응율. 반응율은 반응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전에 쓰던 PS/2용의 반응율은 200Hz 가량, USB용이라면 500Hz가 보통이다. 이에 비해 RAT7은 1,000Hz다. 여기에 이 제품의 USB 접촉부를 보면 금도금 처리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금은 반응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송속도에서 지연(딜레이)을 낮춰주는 몫을 맡는다. 어차피 마우스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량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점을 보면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RAT7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유선형이다. 케이블은 촘촘한 섬유 재질로 감싼 케블라 소재로 만들었다. 케블라 소재는 다소 뻣뻣한 편인 탓에 선이 부드럽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튼튼해서 내구성이 높아 선이 잘 안 끊어진다. 줄 꼬임도 없다.
◇ 무게에서 크기, 버튼 구성까지 `맞춤형 끝판왕`=맞춤형 마우스라는 부분은 (너무 화려해서) 따로 다루는 게 좋겠다. RAT7은 누가 써도 맞춤형으로 쓸 수 있다. 일단 본체는 초경량 알루미늄 섀시로 만들어 내구성은 강하지만 가볍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프로게이머가 쓰는 마우스에선 무게 조정이 중요하다. RAT7은 무게추 6개를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자신에게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권투로 따지면 라이트급에서 순식간에 헤비급으로 변신할 수 있는 셈이다.
손이 닿는 모든 부위는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손바닥이 닿는 부위(팜레스트)는 종류나 길이 모두 조절할 수 있다. 기본 장착한 건 우레탄 비슷한 소재여서 미끄러지지 않게 그립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이런 기본 그립 외에도 마우스 무게를 늘린 4mm 두께나 고무 재질로 만든 손목 받침 그립으로 바꿀 수도 있다. 길이도 자신의 손바닥 크기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게임에 지친` 새끼손가락도 호강시켜준다. RAT7은 새끼손가락 그립 3개를 제공한다. 덕분에 기본형 외에 날개 모양으로 디자인해 그립감을 높인 별도 받침을 끼울 수도 있다.
버튼도 이런 `맞춤형 마우스`의 조건에 필수요건이다. RAT7에는 모두 7개에 이르는 버튼이 있다. 좌우 버튼 외에 마우스 휠 버튼, 마우스 감도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잇는 스나이퍼 모드 버튼,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A와 B 버튼, 핸들처럼 생겼고 역시 임의 설정 가능한 C, D버튼 등이 그것이다.
전용 소프트웨어인 ST프로그램을 이용하면 DPI 변경이나 게임 프로파일 실행, 버튼 구성 등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크기나 무게에서 버튼 구성까지 거의 `맞춤형 마우스의 끝판왕`이다.
◇ 디아블로3 직접 해봤더니 `한 손으로`=RAT7로 디아블로3을 직접 해봤다. 패키지 안에 전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이 따로 없는 점은 아쉽지만 홈페이지에서 디아블로3 프로파일까지 손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디아블로3 뿐 아니라 FPS나 액션, MMORPG, 전략 시뮬레이션 등 웬만한 게임 프로파일은 모두 홈페이지(www.cyborggaming.com/download.htm)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인 ST프로그램 역시 한글화되어 있어 다루기 편하다.
디아블로3 프로파일을 불러들여 보니 게임을 마우스 한 손으로 다룰 수 있다. 마우스 기술(양쪽)은 당연하고 키보드로 처리하던 1∼4번 키보드 기술은 RAT7 본체에 있는 ABCD 버튼으로 해결한다. 그것도 엄지손가락 하나로. 스나이퍼모드를 누르면 생명력을 채울 수 있고 마우스 휠 버튼을 누르면 지도를 볼 수 있다. 마우스 하나 덕에 디아블로3을 한 손으로 즐기게 된 것이다.
RAT7는 ‘하드코어 게이머가 사랑한 마우스’라고 불려왔다. 트랜스포머 마우스라고 불릴 만큼 멋들어진 본체 디자인은 다른 마우스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기에 충분하다. 마감이나 촉감, 그립감, 맞춤형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 조건은 1++ 등급 한우 수준이다. 물론 가격이 비싸고 버튼 수가 많다 보니 적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흠이라면 흠. 하지만 이런 조건을 빼곤 왜 최고라고 불리는 지 써보면 알만한 제품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