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너지 산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흑룡의 해로 시작부터 한층 기대를 모았던 올해는 기대만큼이나 수많은 논란이 함께한 이슈의 연속이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어젠다를 던진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환경정책을 총정리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선두주자인 신재생에너지는 그동안 시장을 키워온 유럽의 경기침체와 공급 과잉 등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은 지금까지 산업을 주도해 온 공룡들이 쓰러지고 재인수되는 등 구조조정이 심화됐다. 한때 ㎏당 300달러를 넘나들던 태양광전지 원료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20달러 선을 넘기도 버겁웠다.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중국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공급 과잉 해소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시장은 견실한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에 비해 설치량은 최대 5GW 이상 성장한 30GW 내외가 될 전망이다.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선언한 일본 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이후 탈원전 기조는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어 새해부터는 태양광 산업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분야는 지난해 9.15 순환정전의 악몽이 걷히기도 전에 전기요금을 둘러싼 갈등과 원전 비리로 얼룩졌다. 특히 납품비리·마약·품질검증서 위조 등 얼굴을 붉히지 않고서는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고 사건 사고가 많았던 원전은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공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위조검증서 사용으로 영광원전 5·6호기가 발전을 정지하면서 초유의 전력수급위기 상황으로 가져왔다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전기요금은 많은 기관과 단체의 갈등을 야기했다. 인상여부를 놓고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이 대립하다 한전의 수장이 교체됐고 인상요인을 놓고서는 민간단체와 경제단체가 책임공방을 펼쳤다.
장기적인 전력수급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스마트그리드도 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과도한 절전 지원금 지출과 현실성 없는 전기요금으로 각종 사업은 저조했고 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 사업은 핵심부품 불량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또다시 시련을 겪었다. 새해에 시작될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 사업과 수용가에 전력저장장치(ESS)를 운영하는 보급 사업이 희망을 점칠 예정이다.
석유·가스업계 이슈는 단연 알뜰주유소와 셰일가스다. 올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알뜰주유소는 800개를 넘었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는 이를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정의하며 비난했고, ℓ당 100원 싸게 석유제품을 공급하겠다던 목표는 실현되지 않았다. 반대로 주변 주유소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셰일가스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에너지원 공급 다양성과 도입선 다변화로 가격하락이 기대되지만 지역적인 한계와 함께 환경문제 등으로 상업적 불안전성은 상존하고 있다. 일부 산업군은 저렴한 셰일가스를 앞세운 국가들과 힘겨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과 도입을 위해 `셰일가스 개발·도입 및 활용전략`을 수립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