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새해부터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패널(TSP)용 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을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LG그룹 계열사로부터 납품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LG화학의 손을 잡을 잡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ITO필름 수급난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ITO필름 1차 공급업체(벤더)로 등록됐다.
LG화학은 삼성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해 초 대규모 ITO필름 생산설비 투자에 돌입한다. 청주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해 월 25만㎡ ITO필름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원소재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부터 ITO 코팅까지 직접 맡는다.
LG화학이 삼성전자로부터 승인받은 제품은 인치당 저항값 150옴(Ω) 수준이다. 4~5인치대 스마트폰용 TSP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저저항 구현이 어려워 스마트패드·올인원PC용 대면적 TSP에는 당장 적용하기 어렵다.
업계 전문가는 “TSP 면적이 커지면 저항이 낮은 고감도 ITO필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100Ω 초반대 저저항 필름 시장엔 여전히 일본 닛토덴코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ITO필름은 TSP 핵심 소재다. 닛토덴코가 거의 독점 공급한다. 최근 이 회사는 애플 아이패드 미니에 양면 ITO필름을 공급한다. 닛토덴코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ITO필름 조달에 애를 먹는 이유다. 스마트패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노트북PC·올인원PC에도 TSP가 적용되면서 새해 ITO필름 수급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ITO필름 국산화를 위해 협력사 발굴에 적극 나섰다. LG화학, 한화L&C 등이 유력한 소재업체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일체형 TSP 사용 비중을 높여 ITO필름 의존도도 낮출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썼던 하이브리드 커버유리 일체형 TSP(G1F)를 다시 적용한다. G1F는 두 장의 ITO필름을 사용하는 기존 TSP와 달리 하나의 센서층을 커버 유리에 붙인 방식이다. 이 기술은 과거 웨이브2·갤럭시탭10.1 등에 일부 쓰이나 낮은 수율과 비싼 가격 탓에 폐기됐다. 그러나 최근 공정기술이 개선됨에 따라 여러 문제가 해결됐다. G1F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기기 시장 확대로 국내 TSP용 ITO필름 시장 규모만 해도 1조원 이상”이라며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다하다 보니 무역 적자 심화는 물론이고 완제품 생산 전략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