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다양한 유가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올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상회하는 기간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고유가로 국민들은 시름했다.
기자도 취재시 거리를 연비로 나누고 곱하기 2000원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약 2만원 정도의 유류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 `조금 일찍 출발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10분 정도 걷자`는 생각으로 승용차를 두고 나온다. 그 덕분에 보통 1년에 약 1만㎞ 정도를 운행했었는데 올해 그 절반 수준인 5000㎞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야 조금 부지런해지고 불편해지는 것으로 고유가를 감내할 수 있었지만 자동차 운행을 업으로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고유가에 전전긍긍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한 유가대책은 실효성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기름값에서 약 90%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비와 유류세를 제쳐두고 고작 10% 미만인 정유사의 정제마진과 주유소 등의 유통마진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진 대책만을 남발했으니 실효성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주유소 포화로 경쟁력이 없어 폐업직전인 주유소를 수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연명시킨 알뜰주유소는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ℓ당 약 40원 싸게 기름을 판매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반기 시행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는 일본산 경유 수입이 늘어 세금으로 일본 업체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는 국산보다 수입산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한 경유를 다시 우리나라로 역 수출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한다.
석유제품 혼합판매 제도는 개점휴업 상태다. 폴사인(상표표시) 주유소에서 계약 정유사 제품 외에 타사 혹은 수입 석유제품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를 선택한 주요소가 등장하지 않았다. 혼합판매는 곧 가짜석유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혼합판매 주유소를 구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체감 유가는 이미 최고조에 달했는데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라는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가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류세 조정을 외면한다. 되레 정부는 9월부터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로 차량 구매를 독려, 유류 소비를 확대를 종용한다. 새 정부는 올해 유가대책에 쏟아진 지적들을 수용하고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유가 안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