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이사람]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사업해서 돈 벌면 가치있는 일에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받았던 많은 것을 이제 막 창업해서 사업에 뛰어든 후배 기업인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은 창업 당시 다짐했던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한 보기드문 기업인이다. 최근 국내 기술 집적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비영리재단 형태의 기업가정신재단을 출범시켜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이 CEO로 있던 이미지앤머터리얼스를 국내 대기업에 매각하면서 번 100억원대 재산을 재단 설립을 위해 아낌없이 내놨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조차 꺼려한다.

김 이사장에게는 두 명의 멘토가 있다. LG 초대 기술원장을 지낸 최남석 원장과 재미과학자인 윤현남 박사다. 이들은 김 이사장의 평생 잊지 못할 스승이다. 두 사람을 만나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그들은 늘 이렇게 말했다. 회사라는 개체는 세상 사람들이 존재하도록 허가한 것이니 절대로 오만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저보다 더 많이 성공한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당시로서는 큰 충격이었고, 많이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세계 시장을 볼 수 있는 안목도 그들에게서 배웠다. 현재 그가 제록스, 캐논, 앱슨 등 내로라 하는 많은 글로벌 기업에 지인을 둘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의 영향이 컸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 이태석 신부도 그가 재단을 설립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진 이 신부에게 감동 받았다”며 “그 때부터 누군가에게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재단을 설립하게 된 구체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년여 간 창업을 두 번이나 했다. 바이오제닉스와 이미지앤머터리얼스를 이끌면서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바이오제닉스를 설립하고 창업 초기 1~2년은 자금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자금줄을 쥔 벤처캐피털이 신생 회사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이후 매출이 일어나고 회사가 자력으로 설 만하자 투자 제의가 쏟아졌다. 창업가라면 누군가 나처럼 똑같이 어려움을 겪을텐데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 즈음부터다.

그는 “이스라엘처럼 창업 벤처 국가가 되기 위해 기업의 꿈을 구체화하고 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이 국내에는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창업이라는 낯선 길을 가는 후배 기업인에게 아낌없이 주는 뿌리깊은 나무 역할을 재단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절박하게 고민하면 출구는 반드시 있습니다. 예전보다 창업을 많이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된 만큼 새로운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는 기업인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