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 등 웰빙이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거 전문 산악인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암벽타기 등 등산 활동도 다양해졌다. 이런 가운데 등산인 중 일부가 기존 탐방로가 아닌 비탐방로를 들어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겪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중 몇몇은 비탐방로인줄 알면서도 모험심으로 들어갔다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비탐방로 산행은 본인에게도 사고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야생 동물의 생태계도 헤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비탐방로 산행을 막기 위해 출입금지 안내 표지판을 세우는 등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전국 15개 산악공원의 비탐방로 전역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인력을 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등산객이 많아지면서 비탐방로 산행이 일종의 자랑거리가 돼 고의로 출입하는 사람도 많아져 일일이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태양광 기반 지능형 CCTV 설치=국립공원관리공단은 등산객의 비탐방로 진입을 기존 체계로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스템 기반으로 진입을 차단하지 않으면 비탐방로 진입이 빈번하게 발생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명 피해와 자연 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고민 끝에 사람들이 자주 진입하는 비탐방로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CCTV를 설치하는 데 제약 조건이 따랐다. 인명 피해나 자연 훼손이 우려되는 지역은 대부분 산 중턱인데, 이곳까지 CCTV를 작동하는 전기설로나 네트워크 케이블을 연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단순히 화면을 촬영해 송출하는 기존 CCTV라면 매번 관제센터에서 화면을 보고 추가 대응을 해야 하는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이러한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이 있다 하더라도 한밤중에 비탐방로로 산행인을 찾아 나설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태양광 기반 CCTV를 적용한 무인계도 및 탐방행태분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선로나 네트워크 케이블 없이 태양광으로 전력을 충전하고 촬영된 화면은 롱텀에볼루션(LTE)을 활용해 무선 전송한다. 계도도 관리사무소에서 사람이 수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CCTV에 장착된 센서가 움직임을 인식, 자동으로 출입금지 안내 방송을 한다.
◇저전력·낙뢰 방지 시스템 구축=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6월 28일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는 시스템 통합과 최신IT기술 적용, 진행했다.
HW는 자연친화적 환경요소와 무전력 기반 안정적 운영, 낙뢰 이중화, 시스템 유지보수 편리성, 데이터 백업 등을 고려했다. 따라서 배터리와 태양광을 이용, 전력 없는 지역에서 장비운영을 가능하도록 했다. 열선 동체 감지 시 전력을 사용하도록 해 배터리 사용량을 최소화했다. 41만 화소 이상의 CCD 카메라를 사용해 고화질의 영상을 확보했다. 카메라 화각은 90도이고, 카메라 촬영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SW는 정확하고 일관된 자료 수집, 데이터 안정성 확보, 손쉬운 데이터 분류, 다양한 리포트 제공 등을 적용했다. 시스템은 확장성과 높은 사용 편리성을 갖췄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탐방객수 및 이동방향 등의 기본 수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간·주간·월간·분기·반기·연별 등 다양한 형태의 통계 자료를 산출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부 과장은 “무인계도와 탐방행태 분석·관리 시스템에 산악지형의 열악한 기후 환경과 웨이크 업 기술을 적용했다”며 “저전력 설계와 양방향 무선 통신 기술도 활용했다”고 말했다.
◇설악산·지리산 등 4개 국립공원에 시범설치=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무인계도 및 탐방행태분석관리시스템 구축을 9월 25일 완료됐다. 이후 10월 25일까지 시험운영을 거쳐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월악산국립공원, 변산국립공원에 설치했다.
가동 2개월째인 현재 비탐방로 진입 산행인은 서서히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문 과장은 “산행인들이 처음에는 CCTV만 설치된 것으로 생각하고 카메라 각도만 피해서 비탐방로를 들어가려고 하는데 안내 방송이 나오자 많이들 놀라 다시 나온다”며 “향후 홍보가 많이 되면 비탐방로를 찾는 산행인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번 시범적용 사례를 분석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15개 산악국립공원과 4개 해양공원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에 설치한 무인카메라도 계속 운영한다. 현재 무인카메라는 북한산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7곳에 40여대가 설치됐다. 최근 올레길 사고로 인한 올레·둘레길에 확대 설치하는 방안은 향후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후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부 과장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배경은
▲국립공원은 자연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산행인들이 비탐방로를 이용하게 되면 야생동물들이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식물 보존도 어렵다. 자연 생태계가 파괴된다.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인계도 및 탐방행태분석관리시스템으로 자연 훼손과 인명 피해를 모두 예방할 수 있다.
-기존 무인 시스템으로는 예방이 어려웠나.
▲기존 무인시스템을 산악 국립공원에 설치하기는 쉽지 않다. 등산객들이 주로 진입하는 비탐방로는 산 중턱에 있는데, 전기선로나 네트워크 케이블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또 CCTV 등으로 영상을 받더라도 일일이 사람이 계도하기 쉽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설치된 시스템은 태양광과 무선 LTE 기반으로 선로와 케이블이 필요 없다. 센서가 움직임을 자동 인식하고 안내방송도 자동으로 나간다.
-향후 확장계획은
▲우선 시범 적용한 시스템의 실효성이 인증돼야 한다.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시스템 효과가 검증되면 다른 국립공원에도 확대 적용한다. 어느 정도 홍보가 되면 비탐방로를 진입한 동영상이 남기 때문에 비탐방로 출입금지를 어기는 산행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비탐방로 출입에 대한 과태료도 부과하고 있다. 시스템보다는 무엇보다 이용자 인식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