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데이터 활용의 개념이 명확하지도 않은 시절, 국민 정보이용 활성화와 정보사회 실현을 위해 설립된 한국데이터베이스(DB)진흥원이 내년 2월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그 사이 데이터에 대한 개념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세계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 콘텐츠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데이터 중심사회로 변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지식기반 경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데이터가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강국 실현을 책임지는 서강수 한국DB진흥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DB에 가치를 제공하면 금이 됩니다.” 데이터 중요성에 대한 서 원장의 말이다.
데이터가 데이터 자체로 있으면 무의미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여기에 가치를 더하면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 케이웨더, 잡코리아, 카카오톡 등을 들었다. 케이웨더는 데이터로서 존재하는 날씨정보에 골프장·등산지·유통업·어업 등 각 환경에 맞는 가치를 더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잡코리아는 구인과 구직 데이터를, 카카오톡은 전화번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창출했다.
서 원장은 “DB를 흔히 금맥에 비유한다”며 “쌓여 있는 광물 속에서 금맥을 찾아 정제, 가공해 고가의 보석을 만들듯이 데이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미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기업 성장의 목적지로 DB를 선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DB를 국가 자산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 가치를 측정하도록 권고했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본격적인 DB 가치 측정에 나선다. 서 원장은 “이제는 기업과 기관은 DB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자산을 잘 관리하고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DB 품질이다. 우리나라 DB 오류율은 4.38%에 달한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도 46조9000억원에 이른다. DB 오류는 국민의 실생활과 연결돼 막대한 사회적 비용 손실을 초래한다. 서 원장은 “조금만 더 DB품질 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이처럼 큰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국DB진흥원은 지난 2010년 정부로부터 데이터품질 인증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기관과 기업의 DB품질을 진단하고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한 우수 DB에 정부 공인인증을 부여하는 `DB품질 진단 및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공단,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 25개 기관과 기업의 DB품질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인증 획득 자체보다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DB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 원장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데이터품질 인증을 받았는데, 기존 데이터 정합성을 99.988%에서 99.998%로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불과 0.01% 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국민 서비스 입장에서는 이를 줄이는 게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과 기업의 데이터 품질은 데이터 관리·보안·활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서 원장의 또 다른 고민은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서 원장은 “민간에서는 공공 DB 활용 요구가 높지만 아직 공공기관들은 민간 개방에 소극적”이라며 “이뿐 아니라 대다수 공공기관에는 저작권 처리나 전담부서가 없어 처리 규정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 공공저작물을 활용하는 기업의 30%는 저작권 문제로 활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B진흥원은 올해부터 공공저작권 권리처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 콘텐츠전문가, 교수 등 지원으로 해당 공공저작물의 권리자를 파악, 명확한 관리체계를 정립해준다. 올해 15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DB보안에 대한 지원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도 강화한다. 서 원장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사이언티스트 수요는 높지만, 적절한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다양한 교육으로 관련인력을 적극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빅데이터 처리·분석 기술을 소개하고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세미나도 여러 차례 개최했다.
중소기업 재직자가 빅데이터 업무에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둡 플랫폼 실무, 빅데이터 관리를 위한 NoSQL 실무, R기반 빅데이터 분석 실무 과정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분석 생성과 활용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데이터 품질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데이터 품질 마스터 과정도 개설, 운영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서 원장은 “시장서 요구하는 만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양성, 배출해야 하는데 모든 게 무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예산에 한계가 있다”며 “내년에는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을동 의원이 발의한 DB산업진흥법 제정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DB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 산업 촉진을 위한 근거가 마련된다. DB진흥원의 역할도 더욱 커져서 국가 DB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 원장은 향후 DB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 조직을 환경에 맞게 변화시킬 방침이다. DB 기업 간 협업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 DB산업협의회를 통해 일부 기업들이 협력해 중국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서 원장은 “내년 초에 중국의 DB진흥원이나 산업협의회 등을 만나 중국과 DB산업을 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국내 DB 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서강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장은 1957년 대구 출생으로 신일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뉴욕주립대 언론학 석사를 받았다. 1982년 행정고시 25회로 문화공보부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주홍콩, 주헝가리, 주뉴욕 공보관을 거쳐 국정홍보처 홍보분석관, 미디어지원단장, 콘텐츠운영단장을 지냈다. 문화체육홍보부 홍보콘텐츠기획관, 홍보지원국장, 해외문화홍보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6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