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로꾸거` 인사

청와대 인사 원칙은 딱 두 가지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느냐`와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느냐`다. 전자는 정권 초기에, 후자는 중·후반기에 더 중요하다. 이 인사 원칙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건 예외가 없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것도 없는데 한 자리 차지하거나, 정권 유지에 도움이 안 될 인물인데 `정치적 부채감` 때문에 머리 올려 주지는 말자는 얘기다.

출범 초기부터 `강부자`와 `고소영`으로 시작한 이명박 정부. 결국 `왕차관`과 `영일대군`을 만들어낸 것은 첫 단추를 잘못 꿴 인사에서 비롯됐다. 실력과 성과가 있었다면 모를까 인연(지연·학연·혈연)만 개입하는 순간, 그 인사는 꼬인 실타래 마냥 복잡해진다.

박근혜 당선인이 꾸릴 새 청와대 인사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정권 출범과 함께 장관급 30여명을 포함해, 500여명의 임명직 관료를 대통령이 직접 뽑아야 한다. 첫 인선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채 갖추기 전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선인의 선택 기준은 더욱 간명해진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느냐를 보라. 원칙만 반듯하면 부연 설명은 사족이다. 또 앞으로 국정을 펼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인사만 피하자. 능력 있는 인사를 널리 발굴하고, 대통합 차원에서 지역 안배를 하는 것은 좋지만 특정 지역 역차별 소리를 들어선 곤란하다.

벌써부터 당선인 측근들에 줄을 댄 인사들이 많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선인이 측근들의 장막에 갇혀 정권 창출 기여도의 셈법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아래부터의 `거꾸로` 인사다. 당선인 곁에서 멀리 있었지만, 정권 창출을 위해 음지에서 발로 뛴 숨은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부터 먼저 찾아 고마움의 `빚잔치`를 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