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가 최근 충격적인 총격 사건을 잇따라 겪으면서 총기규제 논란이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총기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미국 사회는 총기사용에 관해 매우 관대한 입장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총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하겠고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총기 사용론자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오바마 정부가 총기규제 조치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3D프린터가 총기규제 논란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3D프린터가 대중화 조짐을 보이면서 3D프린터를 활용해 플라스틱 형태의 무기 제조가 가능해졌기때문이다. 그동안 3D프린터는 제품 개발 과정이나 시제품 생산 등에 활용됐으나 최근 3D프린터 가격이 하락하면서 얼리 어댑터를 중심으로 3D프린터를 활용해 다양한 조형물이나 제품을 제작해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가령 얼리 어댑터들은 3D프린터를 활용해 아이폰용 도크스테이션이나 커피 컵 받침, 장난감,조형물 등을 제작할 수 있다. 얼리 어댑터들이나 3D프린터 업체들은 이들 제품을 만들어 볼수 있는 디자인 파일을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공유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웹 사이트가 `메이커봇(Makerbot)`이라는 3D프린터 업체가 운영하는 `Thingiverse`다. `Thingiverse`는 다양한 제품을 3D프린터로 만들어볼 수 있도록 각종 디자인 파일을 제공하기때문에 3D프린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관심있는 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다.
C넷, CNN 등 매체에 따르면 메이커봇은 얼마전까지 3D프린터를 활용해 소형 라이플을 제조할수 있는 디자인 파일을 올려놓았다가 최근 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디자인 파일만 있으면 `AR-15`이라는 무기의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총기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가 메이커봇측은 이 파일을 삭제했다. 사실 메이커봇측은 사용자 약관에서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제품이나 무기의 제조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동안 다소 느슨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커봇측은 앞으로 이같은 관련 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앞으로 얼리 어댑터나 범죄자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해 무기를 직접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NN에 따르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ce Distributed)`라는 그룹은 유튜브에 AR-15 제조에 관한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다. 이들 그룹은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 위키 웨펀(Wiki Weapo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디고고`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자금 유치에도 나섰으나 최근 인디고고는 자금 모금 캠페인을 중단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앞으로 직접 모금 활동에 나서고 무기 설계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대체 사이트도 찾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3D프린터를 활용한 무기제조가 현실화될 움직임으로 보이자 미 민주당의 스티브 이스라엘 의원은 규제 강화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지난 1899년에 `비탐지 무기제한법(Undetectable Firearms Act)`를 제정해 운영 중인데 내년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그동안 금속탐지기나 X-레이에 의해 발견되지 않는 플라스틱 무기를 불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의원은 “법 제정 당시에는 플라스틱 무기의 가능성이 낮았지만 3D프린터의 보급 활성화로 플라스틱 무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비탐지 무기의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3D프린터의 대중화는 앞으로 총기 규제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논란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3D프린터로 만들수 있는 물건이 어디 무기뿐이겠는가. 범죄자들의 상상력은 벌써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