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특허소송, 美 안방 평결 논란=지난 8월 24일 미국 새너제이 북부지법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과 상용특허를 침했다며 10억5000여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평결을 내렸다. 애플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호건 배심원장의 자격 논란과 배심원단 선정의 공정성 문제, 미국 특허청의 잇따른 애플 핵심특허 무효 판정 등 갖가지 변수가 도출되면서 최종 판결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평결을 토대로 삼성전자 제품을 미국 내 판매하지 못하도록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자칫 이번 소송전이 애플 자충수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이르면 이번 주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삼성과 애플 간 미국 내 소송은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1년 내내 전세계 IT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싸이 `강남스타일` 유튜브 역대 최다 조회수 기록=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지난 22일 기준으로 유튜브에서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했다. 지난 7월 15일 처음 공개된 이후 전세계 네티즌들의 열광에 급속도로 확산됐으며, 11월 24일에는 8억369만회로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를 제치고 `유튜브 사상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위를 차지했다.
각종 차트도 휩쓸었다. 구글이 집계한 검색어 차트 2위, 중국 웨이보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1위에 각각 선정됐다. 미국 빌보드지는 `싸이 신드롬`을 올해 최고의 사건 2위로, 타임지는 올해를 `강남스타일의 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K팝 인지도가 높아졌고 강남스타일 패러디도 확산됐다. 최근에는 신흥국, 개도국 등으로 전해지면서 당분간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일·러 수장 교체=한반도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6자 회담 당사국들의 수장이 올해 대다수 교체됐다. 지난 3월 다시 권좌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모두 수장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미국은 지난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2기 행정부를 꾸리고, 중국은 시진핑 전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선출돼 15억 중국 인민을 이끌게 됐다. 일본은 최근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 총재가 26일 총리에 취임한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은 첫 외교 행보로 이들 4개국 대사를 접견했다. 향후 박 당선인과 이들 국가 새 수장들이 펼칠 정치, 외교, 경제 협력 등에 큰 관심이 쏠렸다.
◇日 대표 전자3사, 신용평가 일제히 `투자부적격`=지난 11월 소니·파나소닉이 샤프에 이어 국제신용등급 `정크(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소니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3단계 낮춰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고 파나소닉도 두 단계 떨어뜨렸다. 샤프는 지난 8월 이후 정크 등급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전자회사인 이들의 부진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TV 수요가 대폭 줄어든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D램이나 LCD 등 변화가 빠른 부품 분야 혁신에 실패하면서 후발 주자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주주와 경영진의 리더십 부재와 도덕 불감증까지 겹쳤고 지속되던 엔고가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였다. 일각에서는 `잘라파고스(재팬+갈라파고스)`라며 하루빨리 일본이 아집을 버려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NS 거품론 주범이 된 페이스북 IPO=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페이스북은 5월 상장 직후 급락세를 보여 큰 충격을 안겼다. 공모가는 예상보다 높은 38달러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종가 42.05달러를 찍었으나 이틀째부터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급락했다. 이에 주관사 책임론과 기관투자자 음모론,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다. 수익모델 부재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결국 주가는 반토막 났다.
실망감을 안겨준 페이스북 IPO는 SNS 거품 논란의 주범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이후 IT 기업 IPO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최근 모건스탠리가 페이스북 IPO 과정에서 부적절한 영향을 끼친 혐의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여진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 안보위협 논란=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지난 10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기업들이 이들과의 인수합병(M&A)을 자제하고 장비 구매 등 기존 협력관계를 중단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미국이 자국 기업을 위해 근거도 없는 혐의를 덮어씌워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자칫 잘못하면 양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기업과 몇몇 국가들이 추가로 중국 장비 도입 중단을 검토하는 등 대응 움직임이 일었지만 미 백악관이 자체 조사를 통해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해당 기업들은 연구개발(R&D)센터 설립 등 해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MS 야심작 `윈도8`, 재기 발판 되나=PC시장에서 `윈텔` 아성을 구축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바일 시대 부진을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윈도8`이 지난 10월 전 세계에 동시 출시됐다.
윈도8은 데스크톱PC와 스마트패드 모두 지원하는 통합 운영체계(OS)를 표방했지만 초기 판매 실적은 기존 `윈도7`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MS는 한달간 약 4000만개를 팔았다고 밝혔지만, PC 제조업체에 공급한 OEM 물량을 포함한 수치여서 큰 호응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OS를 통합하면서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졌고 PC 수요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예전같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또 `MS스토어` 등 직접 유통을 내세우면서 협력 유통 채널을 챙기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봤다.
◇日 엘피다, 美 마이크론 인수=지난 2월 엘피다는 4000억엔 규모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도쿄지방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엘피다 경영진은 고객사부터 경쟁사까지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여의치 않자 해외 매각에 나섰다. 인수전에는 도시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각 국의 쟁쟁한 경쟁사들이 참여했다.
결국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 9월 엘피다를 3000억엔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내년 상반기 완료된다. 이들간 통합은 낸드플래시와 모바일D램 등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또 마이크론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리더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빅3`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3강 체제는 치킨게임으로 치닫았던 메모리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레노버, PC시장 1위 등극=중국 레노버가 HP를 제치고 세계 PC 시장 1위로 등극했다. HP는 2006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레노버는 출하량과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세계 PC 출하대수가 11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PC 시장 침체 속에 거둔 성과란 점이 더욱 업계를 놀라게했다. 상위 4대 PC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한 레노버는 유일하게 판매량을 늘렸다.
2005년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가격·품질·유통 전략을 재전열하고 세계 PC 시장을 향한 무서운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앞으로 2위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거듭해 내년에는 자국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무인탐사로봇 `큐리오시티` 화성 착륙=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들여 만든 화성무인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지난 8월 화성에 안착했다. 큐리오시티의 착륙 장면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최대 우주 쇼로 평가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큐리오시티가 처음 보내온 화성 사진은 모하비 사막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탐사 3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화성 토양 검사에서는 생명체에 필요한 화학 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큐리오시티는 앞으로 2년 동안 화성 표면을 이동하며 흙과 암석을 채취해 생명체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물과 같은 환경을 찾을 예정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