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조리기구, ‘반값 에어오븐’ 시대 온다?

지난 9월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한 허수경씨(33)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기름 없이 공기만으로 튀김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홈쇼핑 광고를 보고 혹해 구입했지만 정작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허 씨는 ‘뜨거운 공기로 튀김 효과를 내면서 기름기는 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스테이크 요리에 도전해 봤지만 위는 바싹 구워지고 아래는 설익었다’며 에어프라이어의 용도가 의외로 적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1년 처음 선보인 에어프라이어는 기름 없이 공기로 튀김요리를 만드는 이른바 공기튀김기. 고속공기순환기 기술을 이용해 200도에 이르는 뜨거운 열기를 회오리 모양으로 순환하면서 기름 없이 튀김 요리를 만든다. 기름을 이용한 튀김 방식보다 지방 함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원재료를 그대로 튀기는 유럽과는 달리 튀김옷을 입혀 먹는 한국 식습관에서는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

◇ 에어프라이어와 광파오븐을 한몸에? = 최근 중산이 판매에 나선 에어오븐 ‘아이쿡’은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공기순환 뿐만 아니라 빛을 이용해 조리하는 광파오븐의 원리를 담아서 조리력을 보강했고 튀김재료가 설익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리 재료를 바비큐처럼 회전시키며 굽는 회전틀도 달아 쓸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기존 에어프라이어의 절반 수준이다.

차세대 조리기구, ‘반값 에어오븐’ 시대 온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지난 21일 이 회사를 찾아 직접 확인해 봤다. 회사 지하 1층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튀김옷을 입힌 고구마와 은박지에 싼 고구마를 굽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정석교 기획실장은 “11월 출시 이후 특정 식품을 구울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은박지로 싼 고구마를 구울 수 있느냐’며 문의하는 메일이 와서 답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굽고 있다”고 귀띔했다.

▲ 은박지로 싸서 구운 고구마. 탄내도 나지 않고 촉촉했다.
▲ 은박지로 싸서 구운 고구마. 탄내도 나지 않고 촉촉했다.

열풍과 빛으로 50분간 구워진 고구마의 상태를 확인해봤다. 먼저 손을 호호불면서 은박지를 열어봤더니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처럼 샛노랗게 잘 구워졌다. 탄내도 나지 않는데다 표면이 마르지 않아 촉촉하다. 계란으로 튀김옷을 입힌 고구마도 잘 구워졌다. 기름을 거의 쓰지 않아서 담백했다. 고구마를 굽는 이날의 실험은 성공한 셈이다.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여러 요리에 도전해 봤는데 상식적으로 오븐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거의 다 성공했습니다” 이 회사 최법규 부장의 말이다.

◇ 가격은 반 값, 용도는 두 배? = 그렇다면 이런 에어오븐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정 실장에게 물었다. “10년 전쯤에 개발해서 출시한 광파오븐이 처음에는 인기를 얻었지만 중소기업에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차에 공기로 튀김이 가능하다는 에어프라이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흥미가 느껴지더군요”

▲ 꼬치를 구울 수 있는 틀도 제공한다.
▲ 꼬치를 구울 수 있는 틀도 제공한다.

하지만 에어프라이어 출시를 위해 시장조사에 나섰던 정 실장은 에어프라이어에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에어프라이어나 광파오븐이나, 결국은 공기를 이용해 열을 순환시키는 제품이더군요. 게다가 공기만 이용하다 보니 열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튀김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직접 튀기는 한국식 요리와는 잘 안 맞다 보니 몇 번 써 보고 나서 실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 회전틀 안에 땅콩이나 감자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구울 수 있다.
▲ 회전틀 안에 땅콩이나 감자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구울 수 있다.

1년여 개발 기간을 거쳐 중산이 최근 출시한 에어오븐 ‘아이쿡’은 뜨거운 공기를 회전시키는 뚜껑 부분에 빛을 내는 광파오븐까지 합쳐 조리력을 높였다. 여기에 요리 재료를 넣은 다음 회전시키며 열을 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 부장은 ‘시장에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원통형으로 생긴 회전틀에 콩을 넣어도 구울 수 있는데다 스테이크도 열과 빛을 이용해서 굽죠. 꼬치까지 제대로 구울 수 있는 제품은 저희가 최초일 겁니다”

▲ 뚜껑에서 열풍과 빛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 뚜껑에서 열풍과 빛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최법규 부장은 “지금까지 닭은 스무마리 구워먹었고 돼지 목살도 심심찮게 먹었습니다. 샘플이 공장에서 도착하면 제대로 잘 구워지는지 구워먹고 또 먹고, 저 뿐만 아니라 정말 다들 지겹게 먹었습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물론 소비자의 문의가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재료를 구해 실험에 들어간다.

▲ 설명서에도 요리법을 자세히 실었다.
▲ 설명서에도 요리법을 자세히 실었다.

“새우튀김이 되느냐는 문의가 있었는데 이것도 잘 됐습니다. 피자도 틀 위에 올려놓고 구우니 잘 구워졌습니다” 튀김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설명서에도 각종 조리법이 실려 있다. 제품을 구입한 주부들이 조리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카페도 운영중이라고.

▲ 스테이크를 구울 수 있는 요리틀도 함께 제공한다.
▲ 스테이크를 구울 수 있는 요리틀도 함께 제공한다.

놀랄만한 것은 가격이다. 외산·국산 제품이 30만원대인데 비해 아이쿡은 10만원 중반에 살 수 있다. 소비 전력도 경쟁 제품보다 100W 낮은 1,200W 수준이라 전기료 부담도 적다. 정석교 실장은 “기존 제품은 가격이 30만원대라서 선뜻 구입하기 망설여지죠. 또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막상 용도가 한정되어 있어서 실망하고 반품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아이쿡은 가격 부담도 낮춘데다 활용도도 높죠. 한마디로 ‘짬짜면’ 같은 제품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기존 제품과 대결해도 자신있다’ = 시장 반응은 어떨까. 최법규 부장은 “주부 커뮤니티를 통해 체험단을 모집했는데 경쟁률이 22:1에 달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자체 몰에서 제품을 구입한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봤는데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서 만족했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벌써 여러 업체에서 제안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정석교 실장은 “내년에는 최소한 2만 대는 무난하게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식 대신 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집에서 파티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 시장 분위기는 낙관적입니다”라고 점쳤다.

“아직은 생소한 제품인데다 인지도가 낮아서 제품을 알리지 못한 면이 있지만 결과물인 튀김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타사 제품과 직접 비교해보는 자리도 한 번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 그만큼 자신있는 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