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스타트업 투자자로 직접 나섰다.
연세대 창업지원단은 엔젤투자 심의를 열어 5개 기업 투자를 결정하고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투자금은 한 기업당 최고 4000만원이다. 자본금 마련·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세대 창업지원단 투자를 받은 5개 스타트업은 △청소년 이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놀` △게임개발사 `나인그루브`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디자인유어라이프` △지하철 내비게이션 개발사 `멀린` △소셜데이팅 서비스 기업 `드림빈`이다. 올해 연세대 창업지원단이 다양한 창업프로그램을 펼쳐 발굴한 기업들이다.
투자는 창업 초기 자본금 마련이 어려운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췄다. 종잣돈 마련이 어려운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를 받을 때, 자칫 투자자에게 휘둘려 방향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 선의의 `엔젤`만큼, 투자를 이유로 창업가 독립성을 훼손하는 `블랙 엔젤`도 적지 않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은 “정부 정책자금을 자본금으로 쓸 수 없어 초기 스타트업 상당수가 자본금 마련과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창업자 독립성 훼손 없이 원하는 사업을 하게 돕는 멘토가 우리 대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투자는 대학의 첫 스타트업 직접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대학 적립금의 10%를 벤처에 투자할 근거가 생겼지만 실제로 투자하는 대학은 없다. 교과부가 `대학적립금 벤처기업 투자지침서`를 마련해 일선 대학 투자를 유인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없다. 업계는 연세대 투자를 계기로 대학 자금의 스타트업 생태계 유입을 기대했다. 손 단장은 “창업보육센터에서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정책 자금을 연계하는 일선 대학에 투자 기능을 더한다면 초기 스타트업 발굴·지원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공익성을 추구하는 대학은 가장 확실한 스타트업의 우호적인 주주이자 멘토며 산학협력을 통한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학 투자는 자금 지원 외에 스타트업의 대외 신뢰도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강경흠 멀린 대표는 “연세대 창업보육센터(BI) 입주기업으로 늘 가까이서 지켜본 창업지원단이 투자했다는 것은 가장 객관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연세대 투자 유치 후 관심을 가지는 벤처캐피털(VC)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