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취재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받았다. 징검다리 휴일이라 아예 통째로 쉰다는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끊었다. 전화를 돌리다보니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려온 자동차업계는 새해를 준비하며 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사실 국산차와 수입차 업계는 올해 엇갈리는 성적표를 받았다. 수입차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반면에 국산차는 국내 생산과 판매가 모두 줄었다. 기분이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잘 했다고 들뜰 시간도, 못 했다고 처질 시간도 없다. 이제 곧 계사년(癸巳年) 뱀띠 해가 밝아온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자동차 업계는 야심찬 신년 계획을 내놓았다. 국산차 업계는 국내와 해외 생산을 늘려 내수를 지키고 해외시장 공략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입차 업계는 더욱 다양한 차종으로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 속도를 붙인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시장 경쟁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
국산차 업계는 내수를 장악했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올해 수입차 점유율이 두자릿수로 올라섰다. 해외 시장 동향에 밝은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잊어선 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점점 밀접해지는 글로벌 자동차 기술 동향에 둔감해서도 곤란하다. 품질경영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입차 업계도 잘 나간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언제까지 `본사 방침` 탓만 할 것인가. 이웃 일본도 거품경제 시절 수입차 점유율이 두자릿수에 올라섰다 내려온 이후 다시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마음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소비자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자동차 업계로선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이 심해지는 자동차 시장을 보며 소비자들은 반갑기만 하다. 더 멋지고 좋은 차를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이처럼 단순하다. 그 단순한 원칙을 지키기만 한다면 불황도 어느새 달아나있지 않을까. 잠에서 깰 때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