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텍 직원 수는 지난해 5월 145명에서 지금은 42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벤처캐피털 SL인베스트먼트로부터 32억5000만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시점이다. 이 회사는 확보한 자금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식각(슬리밍)과 신규 코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재호 아바텍 전무는 “신사업 계획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며 “설비시설과 공장을 마련하자 인력 수요가 발생했고, 이후 실적이 개선돼 인력을 더 충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설립한 스타트업 아이디인큐는 작년 말 임직원 수가 5명에 불과했다. 올 3월 10명으로 늘었고 12월 현재 계약직 포함 36명(정직원 31명)이다. 계기는 외부 투자금 유치다. 작년 12월(엔젤)과 올해 3월 소프트뱅크벤처스·스톤브릿지캐피탈 투자를 유치했다. 김동호 대표는 “투자금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크게 힘을 보탰다”며 “만약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면 인력 확대뿐만 아니라 사업 구체화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투자가 일자리를 크게 늘린 사례다. 엔젤(개인투자자)이든 벤처캐퍼털이든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고용을 늘렸다.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일자리를 크게 늘린 곳을 보면 직전에 벤처캐피털 투자 받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투자금이 어느 정도 일자리를 창출하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0년 발표한 `벤처캐피털 투자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벤처는 5년간 1억원당 2.89명 고용을 창출했다. 1330개 벤처기업 대상 조사였다.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불기 이전 조사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하나같이 사람 찾기가 힘들다는 고충을 말한다. 전자신문이 지난 6월 스타트업 CEO 모임인 새싹클럽 멤버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사업 고충으로 `자금`(32%)보다 `인력`(59%)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비즈니스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대적인 채용에 나선다. 스타트업·벤처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에 나서는 시점이다.
올해 2월과 5월 각각 2억4000만원과 3억원 투자를 유치한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람도 채용하지 못한다”며 “투자금 대부분은 인력 채용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투자유치 시점인 2월 대표 포함 5명이었던 이 회사 임직원 수는 이제 13명이다. 내년에 20명 선으로 늘어난다.
업력이 5~10년인 벤처도 마찬가지다. 신규 사업 또는 해외시장 진출 등 회사 승부수를 띄울 시점이다. 이때는 은행권 융자도 대부분 소진한다. 신사업 진출 건이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2010년 50명(해외 제외)에서 185명으로 늘린 나노스 공영대 전무는 “은행 융자금만으로는 새 사업을 위한 선행투자에 한계가 있다”며 “신사업 분야가 장치산업이면서도 기술적인 요소가 많아 인력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모 벤처캐피털업체 대표는 “벤처캐피털 투자 원칙은 성장하는 곳”이라며 “자연스럽게 투자한 곳은 고용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책자금을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 융자금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반면에 투자금은 투자자가 함께 참여해 피투자 벤처기업 관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병권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융자금은 대개 운영자금으로 쓰이며 상환 부담도 있어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에 투자금은 상환 부담이 없어 생산성이 높은 곳에 집중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표】벤처캐피털 투자기업 고용창출효과(단위:명)
※자료: 과학기술정책연구원(1년은 투자 후 1년)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