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은 대불공단 전봇대를 철수시키면서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탁상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전봇대는 이명박 당선자 지시로 이틀 만에 현장에서 사라졌다.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상당수 기업이 정권 초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철거됐던 전봇대들은 방송통신, 인터넷, 콘텐츠 등의 산업으로 옮겨갔다. 위치만 이동해 또 다른 규제를 낳았다. 인터넷 게임 웹툰 등의 분야에서 규제는 강화됐고, 온라인 상 표현의 자유는 위축됐다. 영화 등 일부 콘텐츠 산업은 대기업에 의해 독과점이 심화됐다. 재벌 대기업이 떡볶이, 순대, 빵집 시장에 진출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디어·방송·콘텐츠 산업에서도 `공정거래`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식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건 MB정부 산업경제 정책에서 방송통신에 대한 칸막이식 규제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앱 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생태계를 제대로 선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힘들다.
100% 국민행복시대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 프레임은 `창조경제`다. 박 당선인은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창의적 `국가연구개발` 혁신시스템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ICT거버넌스 신설도 약속했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 1인 창업에 대한 지원책도 밝힌 상태다.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고, 1인 창조기업이 많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박근혜 당선인의 철학이 국정운영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정부 조직 개편에서부터 가장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들어서야 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행복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국정운영의 기획과 전략을 수립하는 부총리급 핵심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조각과정에서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또 하나의 축인 ICT전담부처 신설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예전 경제기획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ICT전담부서는 일자리 창출과 창조산업 육성 및 창의적 인재 양성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ICT 생태계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일 뿐 아니라 창의인재 육성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부처 개편과 함께 법·제도 정비도 필수적이다. 방송과 통신, 콘텐츠와 플랫폼, 소프트웨어와 디바이스가 융합되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조언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도 배출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 페이스북·트위터·징가 등 3∼4년마다 새로운 인터넷 기업이 생겨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전무한 게 현실이다.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지금 현재 플랫폼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 법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다”며 “부처 통합을 비롯해 콘텐츠와 플랫폼 융합 현상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방송통신 법·제도 체계도 정비가 시급한 분야로 꼽힌다. 특히 방송 분야 법체계는 심각하다. 2013년 디지털 방송 전면 전환을 앞두고 있으나, 법체계는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예컨대 방송법 IPTV법 통신관련법 체계는 제각각이다. 법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법 지체 현상`도 고민거리다.
각종 규제완화와 정부의 역할에도 일정한 변화가 요구된다. 지나친 정부 개입은 기업들의 자율경영과 창의적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정부 역할이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승흠 교수는 “국가의 개입은 기업 활동에 대한 행위 규제가 아니라, 공정거래 질서 환경 구축과 소비자보호와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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