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소재의 혁신은 곧 세트의 혁신이다. 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더 뛰어난 스마트폰이 출시된다면 이는 곧 부품 소재가 진일보했다는 뜻이다. 2013년 부품 소재 기술의 주요 트렌드가 무엇인지 미리 점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부품 소재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는 무엇이며,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새해 반도체 시장의 핵심 화두는 반도체 기술 장벽 극복이다. 낸드플래시는 10나노, D램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20나노 초반에서 미세회로 기술이 한계에 부딪혔다. 극자외선(EUV) 노광기술이 10나노대 미세 공정 해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ARM 코어 기반 AP 기술 확보도 관전 포인트다. ARM은 최근 쿼드코어와 듀어코어 프로세서보다 성능은 높지만, 전력 소비량을 대폭 줄인 빅 리틀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빅리틀 기반 쿼드코어 AP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프로세서로는 인텔의 해즈웰이 주목받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새로운 CPU인 해즈웰(코드명)을 공개했다. 배터리 수명, 그래픽 화질 등 기존 울트라북의 모든 성능을 두 배로 높여 준다. 대기전력은 2세대에 비해 20분의 1 수준이다. 22나노미터 공정 기술로 제작됐고, 10와트의 전력만으로 초기 구동된다. 인텔은 해즈웰을 연말 양산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지난해 풀지 못한 숙제를 올해는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CES에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TV를 선보이며 연말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AM OLED TV 대량 생산에 실패했다.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도 지난해 하반기를 목표로 개발됐으나,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두 가지 기술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큰 변혁을 이루는 출발점과도 같다. AM OLED TV 양산은 대면적 AM OLED 시대 개막을 의미한다.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디스플레이를 말하는 것으로, 자유자재로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첫 단계다. 두 과제는 LCD TV로 대표되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변화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다.
대면적 AM OLED TV 양산을 위해서는 대면적 증착 기술과 기판 기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증착 기술의 현주소는 5.5세대(1300×1500㎜) 4분판에 머물러있다. 5.5세대 기판 유리도 한 번에 증착하지 못해 4개로 나눠 증착을 한다. 그러나 8세대(2200×2500㎜) 크기 유리에 증착을 한번에 할 수 있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는 수백도(℃)에 달하는 고온 공정을 거치면서도 열에 약한 플라스틱 TFT 기판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부품 시장에서는 터치스크린패널(TSP)의 변화가 주목된다. 두께를 줄이면서 가격이 비싼 인듐산화전극(ITO) 필름을 줄이려는 시도가 TSP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7인치 이상 중대형 TSP 시장은 필름전극타입(GFF)과 글라스방식(GG)이 주류였다. GFF 타입 TSP는 인듐산화전극(ITO) 필름 의존도가 크고, GG는 유리가 2개 층에 쓰여 무겁고 두꺼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폴리에스터필름(PET) 양면에 ITO층을 형성하는 인듐산화전극필름방식(GF2)이 중대형 시장에서는 주류로 떠올랐다. 올해에는 단일층 멀티터치 커버일체형(G1)의 상용화 여부도 관심사다.
소재 시장에서는 ITO를 대체할 투명전극필름과 수명과 효율이 늘어난 AM OLED 발광 소재 개발이 화두다. 인듐 가격 상승으로 ITO를 대체할 투명전극필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으며, TV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AM OLED 수명과 효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