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하는 2013년이지만 기업의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다. 더구나 정권 초기에는 정책을 밀어붙일 추진력도 강한 시기다. 새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클 법하다.
하지만 깊게 드리운 세계 경제 불황의 그림자는 새 정부와 새해에 대한 기대감도 낮췄다.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보다는, 악화되어 가는 경기에 대응할 방안을 찾는데 더 힘을 쏟고 있다. IT 산업에 한정된 설문이긴 했지만, 전자신문이 작년 실시한 신년 경기전망 조사에서 74%가 `정체`를 예상했던 것보다 더 경기 인식이 안 좋아졌다.
국내 기업 CEO들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어렵다고 보고 투자와 채용이 제자리 걸음할 것이라 예측하는 가운데, 신사업 개척과 기술개발로 세계 경제 침체에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는 자금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가 생각하는 위기 대처 방안과 정부에 대한 요청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사업과 기술 개발이 핵심
위기를 돌파할 승부수로 CEO들은 `신사업 개척`과 `기술 개발`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신사업 발굴`로 경기 악화를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44%로 가장 많았다.
`기술 경쟁력 강화`가 36.6%로 2위였다. `원가 절감`(11.9%)과 `인력 구조조정`(4.5%)이 뒤를 이었다. `대책 없다`는 응답도 2.6%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생각하는 경기 악화 대응 방안은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은 `신사업 발굴`이 46.4%로 가장 많았고 `기술 경쟁력 강화`가 36.7%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은 `신사업 발굴`과 `기술 경쟁력 강화`가 36.1%로 같았다.
상대적으로 몸이 가벼운 중소기업이 적극적 신사업 개척으로 새 시장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기업은 `원가 절감`으로 경기 악화에 대응하겠다는 응답이 21.3%로 중소기업의 9.25%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중소기업에 비해 조직과 인력이 방대한 대기업이 비용을 더 졸라매는 긴축 경영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역할 해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 대책은 `자금 지원 확대`(29.9%)와 `규제 완화`(26.5%)를 많이 꼽았다. `정책 주도 신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22.4%로 뒤를 이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에 대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대기업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고, `정책 주도 신사업 발굴`(23%)과 `환율 및 원자재 안정`(18%)이 뒤를 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자금 지원 확대`(35.3%)를 원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고, `규제 완화`와 `정책 주도 신사업 발굴`이 나란히 22.2%를 기록했다.
대기업은 규제가 완화된 환경에서 보다 자유롭게 운신하며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가 약속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경제활동 제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기업은 환율과 원자재 안정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중소기업은 정부에 의한 자금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자금 문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펴 나가길 기대한다.
정부가 미래를 열어갈 신사업 개발 및 사업화에 일정한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신수종 사업의 열쇠가 될 기술 개발이나 정책 사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산업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