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산업은 움직임(Movement)이다.
인터넷의 움직임은 종이를 적시는 잉크 방울처럼 예측하지 못하는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보급된 인터넷 역시 해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정보의 공간으로 확장, 변화했다. 20여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인터넷은 우리 주변에 없어서는 안 될 물과 같은 인프라이자 산업의 한 축으로 크게 자리매김 했다.
![[신년특집] 인터넷 산업은 움직임이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12/28/370009_20121228174144_916_0001.jpg)
지난 2010년부터 국내에 본격 보급된 스마트폰은 새롭게 인터넷을 모바일까지 확장시킨 주역이다. 인터넷의 변화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변화의 큰 흐름에는 모바일(Mobiles), 해외시장(Overseas Market) 콘텐츠 가치 평가(Value), 모바일 교육시장(Education), 시장 재편(Shuffle) 다섯 가지 키워드가 자리 잡는다.
영어로 움직임(Movement)은 장기판의 승부를 결정짓는 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 수, 한 수가 승부를 가르는 움직임이 된다. 작은 동작 하나가 승부의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롭게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한 수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졌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Mobile Era)=고정 기반 인터넷 시장이 성숙한 반면에 모바일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트래픽을 보면, PC 기반 트래픽이 감소하고 모바일은 성장에 가속이 붙었다. 2011년 6.4% 감소했던 PC 기반 트래픽은 지난해에는 15.3%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모바일 트래픽은 지난해 1월 6억6000건에서 10월 13억2000건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PC 대비 모바일 검색 트래픽 역시 작년 1월 13.3%에서 10월에는 30.3%까지 상승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확산은 PC 보급과 함께했다. 국민 PC 보급을 등에 업고 2000년대 초 인터넷 보급률은 50%를 웃돌았다. 이는 2001년부터 온라인 광고와 게임, 쇼핑 등의 인터넷 산업을 성장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특히 인터넷 보급률이 100%를 상회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온라인 광고 시장은 30~40%대 고성장을 기록했다. PC 보급이 인터넷 산업을 키웠다.
모바일 인터넷의 성장은 스마트폰이 키를 쥐고 있다. 2010년 14.5%에 그쳤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1년 45.4%에 이어 성장기인 지난해 61%를 상회했다. PC 인터넷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인터넷 산업이 성장했듯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가 될 2014년에는 모바일 인터넷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한다. 더욱이 롱텀에볼루션(LTE) 확산으로 모바일 인터넷 속도가 개선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은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해외시장 확장(Overseas Market)=올해 인터넷 산업의 화두는 해외 시장 안착이다. 시장 초기 안방까지 외산에 내줬던 인터넷서비스가 이제 해외로 영역을 넓힌다. 중심에는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를 앞세운 모바일 인터넷 플랫폼이 있다.
온라인 게임은 `셧다운제` 영향으로 해외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연 주목할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지난 2011년 약 470억위안(8조1000억원)에 달한다. 성장률도 34.4%에 이른다. 이 시장에서 국내 게임의 시장점유율이 50%에 이르는 점도 고무적이다. 중국이 우리 온라인 게임 업계의 성장의 키를 쥔 셈이다.
걸림돌도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많은 게임 개발사를 신설하면서 외산이 발붙일 공간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기술력과 높아진 중국 소비자 수준에 맞춘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메시징 기반 모바일 플랫폼의 해외 시장 안착도 올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카카오톡은 한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로 진출한다, 라인은 일본 성과를 더 다지면서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라인` 전체 누적다운로드 일본 비중이 45%에 이를 만큼 일본시장에 안착했고 스페인, 멕시코 등 비영어권 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국내 사용자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로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는 곧 플랫폼을 통한 게임 서비스로 이어져 매출로 연결될 수 있다.
◇콘텐츠 가치 평가(Valuation)=인터넷에서 넘다드는 정보가 다양해지고 자유로워지면서 콘텐츠 가치 평가도 올해 주목할 이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음원시장 가격 재평가는 향후, 영화, 드라마의 재평가를 촉발시킬 수 있다.
스마트기기 이용 확산을 비롯해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무선인터넷 발전으로 콘텐츠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치 평가가 이슈로 떠올랐다. 다양한 플랫폼 업체 간 경쟁 심화는 킬러 콘텐츠 확보 욕구가 강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콘텐츠 투자가 늘어나면서 콘텐츠 업체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제작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콘텐츠 재판매도 증가한다.
온라인 음원시장이 대표적 예다. 스마트폰, PC, MP3플레이어 등 기기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음원 수요가 최근 증가세를 띤다. 음원시장은 최근에는 온라인 서비스 업체와 제작자, 유통사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올해부터 음원가격이 조정되고 음원 수익도 재분배가 이뤄진다.
한류와 함께 영화와 드라마 등도 음원과 같은 가치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콘텐츠의 유통 범위가 TV, 극장이란 기존 플랫폼을 넘어 스마트기기로 확산되면서 판매 영역 역시 빠르게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확대는 `가격 현실화`라는 콘텐츠 업체 요구가 강해짐을 의미한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음원처럼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수면으로 올라올 수 있다.
◇모바일 교육시장 태동(Education)=인터넷 유통의 최종점은 교육이다. 초기 인터넷 보급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게임, 광고, 쇼핑 등으로 점차 확산됐다. 이러한 경로는 모바일 인터넷 시장도 유효하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서부 개척사를 보면 교회와 집을 짓고, 철도를 지은 후 가장 나중에 개발된 것이 학교”라면서 “도시의 마무리가 학교에서 이뤄졌듯 모바일 환경의 완성은 교육에서 정점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에듀바일(Edubile:Education+mobile의 합성어) 시대의 도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기기의 확산이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한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교육시장은 정부의 사교육 정책과 교육 패러다임에 따른 변화로 오프라인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시장은 오히려 역성장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시장 역시 성장이 정체했다. EBS 수능강의 강화 등으로 사교육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다.
교육업계는 모바일기기로 돌파구를 모색할 전망이다. 모바일 인터넷에 강점을 가진 게임 업체는 물론 통신사업자, 교육업체들이 모두 가세했다. 최근 늘어난 전자책 콘텐츠도 모바일 교육시장의 태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로 확대됐다.
정 연구원은 “스마트기기가 다양해지면서 디지털 교과서는 물론이고 참고 교재까지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있다”며 “시장이 개화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재편(Shuffle)=인터넷 산업의 시장 재편도 관심사다. 기존 PC 기반 시장이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포털은 국내 시장 참여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야후와 파란닷컴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온라인 광고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올해도 세계 경제 회복지연에 따른 저성장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그만큼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하다.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시장의 시장 재편도 관심사다. 모바일 게임 비중이 PC 기반 게임 시장에 어느 선까지 추격하느냐가 핵심이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간편한 휴대성이라는 장점뿐만 아니라 통신 네트워크와 기기 성능 개선, 그리고 카카오와 라인 등 모바일 플랫폼의 사용 증가로 기존의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PC 온라인 게임 업체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및 이동통신 업체까지 시장에 경쟁적으로 참여해 장르 다변화가 이뤄져 시장도 커진다.
모바일 메신저로 돌풍을 일으켰던 카카오톡은 온라인 게임 플랫폼으로도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다. 구글플레이의 작년 매출 기준 1위부터 10위 가운데 7개가 카카오톡 게임센터를 통해 서비스된 게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력을 입증했다.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모바일은 물론 온라인 시장에도 어떤 파급을 낳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