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27> (끝) 대첩

인터넷에서 벌어진 큰 사건, 혹은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된 오프라인 사건을 일컫는 말.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모으며 불꽃튀는 토론과 논란, 집단 행동과 패러디가 쏟아지는 사건 사고를 말한다.

전쟁에서의 `큰 승리`를 뜻하는 사전적 의미의 `대첩`과는 거리가 있다. 2007년 디시인사이드와 유머 커뮤니티 웃긴대학이 서로 상대 사이트에 가서 무의미한 게시물로 도배하며 대결한 속칭 `일오대첩`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선 난타와 에러가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프로야구 경기를 대첩이라 부른다.

지난주엔 성탄절을 맞아 외로운 남녀가 여의도공원에 모여 짝을 찾자는 취지의 `솔로대첩`도 벌어졌다. 9대1의 남녀 비율에, 불상사를 우려해 배치된 경찰이 비둘기와 대치하는 참사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샀다.

비슷한 말로 `대란`이 있다. 네티즌 집단 행동에 분노와 저항의 요소가 섞였을 때 주로 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여대생의 `키 180㎝ 이하 남성은 루저` 발언에 분노한 남성 네티즌들이 신상털이와 인신공격, 대학 홈페이지 테러를 감행한 `루저의 난`이 대표적이다. 단신 미남 배우 톰 크루즈를 `톰 크루저`라고 부르는 등의 패러디 이미지도 쏟아졌다.

공격적 보수 색채와 금기를 무시하는 유머로 유명한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학생증·자격증을 찍어 올리며 국내외 명문대 재학생이거나 전문직 종사자임을 인증한 사건은 `일베 학력 인증 대란`이라 명명됐다.

자신들을 개념 없는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붙이는 인터넷 분위기에 저항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일베를 혐오하던 다른 커뮤니티에서 받은 충격이 컸다. 어떤 상품이나 행사가 예상 외의 큰 인기를 얻어 사람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도 `대란`이라 한다.

인터넷 이디엄도 연재 기간 중 간혹 댓글에서 난독증 네티즌 사이 키보드 배틀을 끌어내면서 소소한 화제를 일으킨 바 있으나, 본격적인 대첩 및 대란으로 이어지진 못 했다. 더 큰 재미를 드리지 못 한 역량의 한계를 실감하며, 이제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 생활 속 한마디

A: 인터넷 이디엄이 막을 내립니다. 2년 반 동안 보여주신 독자님의 사랑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B: 화끈한 칼럼으로 이디엄 대첩을 일으켜보겠다는 꿈을 못 이룬 것이 아쉽네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