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금융은 `스마트`다

2013 금융은 스마트 다.

“은행에 좀 볼 일이 있어서요.”

몇해 전 한 포털사이트에 등장한 직장인이 꼽은 속칭 `땡땡이` 핑계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젠 이마저 힘들게 됐다. 스마트뱅킹이 대중화되면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모바일뱅킹 이용건수는 1330만건, 이용금액도 9734억원이었다. 전분기보다 각각 9.9%, 7.1%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뱅킹 가운데 90% 이상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은 1325만건과 891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각각 12.1%, 12.8% 늘었다. 모바일뱅킹 이용건수의 99.7%, 이용금액의 91.6%가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의 새해 마케팅 전략도 `스마트뱅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스마트뱅킹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한 KB국민은행은 든든한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온라인 상품 판매 강화와 온·오프 연계영업을 함께 구상 중이다. 국민은행은 올 한해 동안에는 거래가 거의 없는 고객을 중심으로 온라인 고객 기반의 상품 판매나 서비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스마트금융부 내에 `스마트금융 추진팀`을 별도 신설, 총 11명의 정예 멤버를 구성한 IBK기업은행은 새해를 스마트뱅킹 선도 원년으로 삼고, 스마트금융센터를 중심으로 일반 영업점과 같은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은행 업무는 물론이고 각종 재테크 상담도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연금, 은퇴시장과 함께 스마트금융 영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스마트뱅킹의 상품 판매 기능을 강화, 별도의 `판매채널`로 특화시킨다는 게 주요 전략 중 하나다.

김옥곤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장(상무)은 “현재의 스마트뱅킹은 주로 조회나 단순 입출금 거래에 국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올해부터는 또 하나의 특화된 상품판매 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함께, 덩달아 통신업체들도 스마트 금융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그만큼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통신업계에도 스마트 금융은 신수종 영역이라는 얘기다.

SK텔레콤은 최근 외환은행과 손잡고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서울 스퀘어1층에 최첨단기기를 기반으로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스마트 브랜치 1호점 `큐플렉스(Q`Plex) 서울 스퀘어점`을 개장했다.

큐플렉스는 최첨단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신개념 은행 점포로 궁극적으로는 `100% 무인점포`를 지향한다.

종이가 필요 없는 전자문서시스템과 복합금융기기 등 최첨단 스마트기기에 장착된 고객 전용의 독립된 전용부스에서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예금이나 펀드, 대출, 카드, 외환송금 등 1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은행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은행창구에서는 볼 수 없는 미디어월을 통한 금융상품 정보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KT는 앱 하나로 할인과 적립·결제·기부까지 모두 가능한 스마트금융 서비스인 `모카(Moca)`를 내놨다. 모카는 돈(Money)과 카드(Card)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이 서비스에는 KT를 비롯해 국민은행·농협·신한카드·해피포인트 등 금융·카드·유통사·가맹점 등 65개사가 참여했다.

스마트폰에 모카 앱을 내려받은 뒤 신용카드·직불카드·은행계좌·상품권·포인트카드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가맹점에서 “모카로 결제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뒤 모카 앱을 실행해 바코드나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이용한 결제도 가능하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타 통신사 고객도 이용 가능하다.

◇스마트 브랜치=금융업은 그 특성상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높다. 따라서 스마트 브랜치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대목이다. 보통 `무인점포`로 통칭되는 스마트 브랜치는 고객이 직접 신청서를 작성해 계좌개설, 카드 신청, 인터넷뱅킹 신청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은행 점포를 말한다.

특히 비교적 인력 수급에 탄력적인 외국계 은행들이 `스마트 브랜치`에 새해 사활을 걸고 나섰다.

한국씨티은행은 완벽한 무인 뱅킹 시스템을 위해 노틸러스효성 등 ATM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맞춤형 스마트 브랜치 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SC은행도 스마트 뱅킹 지점을 올해 12개에서 내년에는 32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토종은행들 역시 당장의 인건비 절감까지는 아니지만 장기적 포석 차원에서 스마트 브랜치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은 각종 디지털기기 조작에 능숙한 신세대 대학생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경희대 앞에, 우리은행은 고려대와 이화여대 앞에 스마트 브랜치를 개점했다. 하나은행 역시 고려대 내 중앙광장에 스마트 브랜치를 마련하고 잠재고객인 대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갈수록 금리는 낮아지고, 규제는 강화되는 금융현실 속에서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비용을 줄이는 게 경영 건전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금융업 특성상 스마트 브랜치를 늘리는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마트앱&스마트웹=스마트뱅킹의 전형적인 플랫폼은 단연 애플리케이션, 즉 `앱`이다. 별도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내려 받은 뒤 이를 통해 스마트뱅킹을 구현하는 게 전형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각 금융기관들 역시 앱 환경의 개선이나 차세대 앱 개발 등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웹 방식의 이른바 `스마트웹 뱅킹`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웹뱅킹이란 별도의 앱이 필요 없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태블릿PC)에 기본 내장된 웹브라우저만으로 잔액조회·계좌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스마트폰 기종에 상관없이 언제나 동일한 화면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어 좋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웹뱅킹을 도입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지난달부터 웹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기업은행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MTS=무선단말기주식거래(MTS)란 스마트폰을 포함해 휴대단말기를 통해 이뤄지는 주식거래를 말한다. 지난 12월 유가증권시장에서 MTS를 통해 거래된 평균 거래금액은 하루 평균 약 6480억원. 전체 주문 매체 중 비중은 8.1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작년 1월 6.15% 대비 25%가량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지난해 1월(3.10%)과 비교하면 배 이상인 162% 성장했다.

개인 거래가 많은 코스닥시장에서 그 비중은 더 높았다. 코스닥시장에서 무선단말기 금액 비중은 작년 12월 15.45%로 1월(11.48%) 대비 34.58% 급증했다. 2011년 1월(5.71%)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급증했다.

그간 개인 거래의 중심이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내리막이다. 작년 1월 43.97%를 차지했던 유가증권시장 HTS 거래대금 비중은 11.08%포인트(P) 감소한 32.89%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작년 1월 78.21%던 HTS 비중은 12월 64.19%로 13.92%P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선단말기 비중 확대 원인으로 기기의 편의성과 다양해진 앱(애플리케이션)을 꼽았다.

김창배 우리투자증권 신사업담당 상무는 “스마트폰 보급 초기만 해도 앱 기능이 주식거래에 그쳤으나 이제 대부분 증권사 앱이 HTS에 버금가는 정보를 제공한다”며 “정보 제공과 편의성 확대가 무선단말 거래 비중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마다 스마트기기에 최적화한 다양한 앱을 내놓으면서 이를 활용한 거래가 확산된 셈이다.

◇전자지갑=전자지갑(e-Wallet)은 전자상거래(EC)에서 사용되는 전자지불 시스템의 일종으로 스마트카드와는 달리 PC 하드디스크에 설치해 지갑처럼 사용하면서 각종 전자상거래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말한다.

특히 신용카드사들이 전자지갑을 여신금융업의 신수종 사업으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수수료 중심의 현 수익창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카드업계 최초로 모바일 전자지갑 `신한 스마트월렛`을 출시한 이후 최근 그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신한 스마트월렛은 신한카드의 모바일 신용·체크카드, 이동통신사·유통업체 등의 각종 멤버십, 카드사나 가맹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쿠폰을 하나의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편리하게 관리,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지갑이다.

신한 스마트월렛은 안에 저장된 카드와 멤버십, 쿠폰 등을 한 번에 선택해 결제하는 기능을 강화해 가맹점에서 결제 시 멤버십, 쿠폰 등을 따로 제시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크게 줄였다.

몸집은 작지만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하나SK카드는 모바일카드 서비스와 관련해 7개의 특허를 출원했을 정도로 스마트금융에 전력을 쏟는다. 현재 모바일카드 금융 서비스 관련 부문 특허 1건 심사가 완료돼 특허 등록을 마쳤고, 나머지 6개 서비스는 심사 중이다.

특허 등록이 완료된 서비스는 `모바일카드 대출실행`에 관한 비즈니스 특허다. 스마트폰 사용 고객이 모바일카드로 금융서비스(현금서비스, 카드론 등)를 이용할 때 카드번호 입력 등 번거로운 입력 절차 없이 자동으로 카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간편 입력 및 결제 서비스`로 이 서비스를 위한 네크워크 상의 대출 실행 방법 및 웹서버 운용이 주 내용이다.

BC카드는 최근 소상공인을 위해 `대박창업`이라는 앱을 내놓아 화제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하는 대박창업은 일반지도와 항공지도 모두를 제공한다. 지도상에서 유동인구 수를 세세한 골목길까지 주중·주말 시간대별로 표시해 보여주고, 주변검색을 통해 실제 존재하는 점포들의 위치와 명칭을 지도상에서 알 수 있다.

5대 지주은행별 스마트뱅킹 이용현황 (2012년 11월말 현재)

* `12개월 엑티브`(최근 12개월내 거래실적)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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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