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CRT) 기업들이 예상보다 빠른 시장 위축에 서둘러 사업을 정리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 등 동남아 현지 CRT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삼성SDI도 말레이시아 라인을 폐쇄하고 조직을 축소했다.
CRT TV는 가격이 저렴해 인도·중남미·아프리카 등에서 여전히 판매되지만 세계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연평균 30% 정도씩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출하량은 작년 대비 39% 정도 급감할 전망이다. 새해에는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군소 CRT 업체들부터 정리에 착수했다. CRT TV가 가장 많이 팔리는 인도에서도 CRT 사업을 포기한 기업들이 있다. 인도의 삼텔은 CRT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나마 JCT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크고 작은 CRT 업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톰슨과 TCL의 합작법인만이 CRT 라인을 운영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CRT 사업을 유지하는 삼성SDI도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최근 말레이시아의 두 개 생산라인을 2차전지 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글로벌 CRT 생산 거점은 중국 선전 한 라인만 남았다. 그동안 CRT 마케팅을 임원이 총괄했으나, 이번 조직개편에 임원 자리도 없앴다. 퇴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인도 기업들이 잇따라 CRT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삼성SD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년 전 33%에서 현재 39%까지 올라갔으나,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매년 비슷한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해 온 인도네시아의 LPDI도 10월 들어서 생산량이 급락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인도네시아법인이 전신인 LPDI는 월 60만대 이상 생산량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월 45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CRT TV는 평균 몇 만원 수준으로 수십만원대의 LCD나 PDP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인도와 중남미 등지에서 여전히 팔린다”며 “하지만 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신흥 시장조차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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