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기어이` 일을 냈다. 지난 27일 저녁 열린 출입기자 송년회장에서 대출 최고금리를 한 자릿수대인 9.5%로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51년 기업은행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다.
이 금리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13%의 최고 금리를 적용받아 온 일반 개인·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체대출 최고금리 역시 현행 12~13%에서, 기업·개인 모두 11%로 일괄 인하된다.
뿐만 아니다. 조 행장은 이번에 기존의 가산금리 체계를 전면 폐지했다. 대신 내놓은 카드가 `감면금리 체계`. 창업기업이나 장기거래고객 등 고객별로 다양한 감면 적용사례를 표준화·정형화해, 순차적으로 금리를 깎아주거나 아예 없애주겠다는 얘기다.
돈 꿔간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상태에 따라 금리를 올려 받던 그간의 일선 지점장 재량이 없어진 것이다.
일견 좋은 일이다. 멋진 발상이다. 그런데 한 발짝 물러나 돋보기를 들이대 보자.
최고금리를 한 자릿수로 묶어놓은 상황에서, 그나마 일선 지점장들이 최후의 보루로 갖고 있던 게 가산금리 체계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이마저 사라지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많이 받아야 금리 9.5%, 거기에 가산금리까지 못하게 하면 당장 일선 지점에선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그런 저금리를 적용해주면서까지 고위험군 고객에게 돈 꿔줄 간 큰 지점장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을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꼴이 된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올해 기업은행의 영업실적은 매분기 바닥을 치고 있다. 해마다 정부에 2000억원씩 지급해 온 배당액 역시 내년에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세금 많이 내는 것도 새 정부의 중기·벤처 정책에 힘을 보태는 일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 행장은 “기업들이 당장 위기인데, 은행이 돈 많이 벌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배출된 내부 출신 CEO, 조준희 행장. 그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수를 세우고 있는 인사들이 정부 안팎에 많다.
부디 조 행장의 `기개`가 새해, 새 정부 하에서도 꺾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