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만 하려하면 부산이 끼어들어 일을 망친다.” “부산은 제2의 도시다. 인력도 우수하니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산과 경남의 기관, 업계를 오가며 자주 듣는 얘기다. 최근 부산 연구개발(R&D) 특구 지정과 동남권 해양플랜트 산업 주도권 등을 놓고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경남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부산 R&D특구 지정에 대해 “부산 단독 지정은 불합리한 정책 결과”라며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남은 R&D특구 유치를 위해 수년전부터 매달렸다. 막판에는 부산과의 경쟁상황을 피하고자 자존심을 버리고 공동지정까지 추진했다. 결국 부산에 밀렸다.
또 경남은 `포스트 조선`으로 해양플랜트 산업을 내세워 전략적으로 육성하려 했지만 이래저래 부산의 해양플랜트 정책에 함량이나 속도 측면에서 뒤처지는 양상이다. 부산 R&D특구 지정과 함께 특구의 비전이 해양플랜트 클러스터 조성으로 귀착돼 산업 주도권이 넘어갔다. 지난해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조선해양플랜트 전시회는 같은 날 열린 부산 국제해양플랜트 전시회에 밀려 빛이 바랬다.
부산과 경남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구간 경계 및 명칭,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명칭 사용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남은 대형 국책사업 수주에서 부산에 자꾸 밀리며 불만이 쌓이고, 부산은 부산지역 기업이 자꾸 경남의 김해, 양산 등으로 떠나가면서 불안해 한다.
부산·경남 간 갈등과 주도권 경쟁은 분포 업종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긴다. 조선과 조선기자재, 기계부품, 자동차부품 등 부산의 주력산업은 대부분 경남과 겹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협력 여지도 많다. 해양플랜트 산업의 경우 인프라 등 설비 구축은 경남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은 부산이 주도하는 식으로 말이다.
창원의 한 대학교수는 부산과 경남의 경쟁 및 갈등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남권인 부산, 경남, 울산을 형제에 비유하면 부산은 맏형이고 경남, 울산은 동생이다. 형은 자신의 이익보다 전체적인 이익을 고려해 이끌고, 동생들은 그런 형을 믿고 따라야 한다.” 새해 부산과 경남 이 대형 협업 프로젝트라도 만들어 상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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